보험중개사법인 25% ‘임직원 1/3 자격보유’ 요건 미달

2025-11-06 13:00:25 게재

이정문 의원 “사실상 무자격 영업”

설립 기준 있지만 유지 조건 없어

보험업법상 법인설립시 임직원 1/3 이상이 보험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해야 하는 보험중개법인 중 20% 이상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설립때 기준을 충족한 뒤 슬그머니 유자격자를 퇴사시킨 모양새다.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정문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충남천안시병)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보험중개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영업중인 보험중개사법인 142개 법인 중 35개 법인이 설립요건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추가로 고용해야 할 자격증 보유자는 100명이 훌쩍 넘는다.

익히 알려진 보험대리점은 1개 보험사 상품만 판매하는데 반해 보험고객 위주 영업을 한다. 소속 보험사 없이 주로 재보험과 기업보험을 취급하며, 고객이 원하는 보험상품을 찾아 가장 유리한 상품을 추천해주고 계약 체결시 수수료를 받는다.

보험중개사는 보험계리사와 손해사정사와 함께 보험개발원이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보험분야 중요 자격증이다. 매년 하반기 연 1회 시험을 치르는데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 설계사보다 난이도가 높은 시험으로 꼽힌다.

정부는 보험중개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2011년 보험업법 시행령 제34조를 개성해 보험중개사 등록요건을 포함시켰다. 이때부터 보험중개법인 임직원 1/3 이상이 보험중개사 자격증을 가져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보험중개사 중 개인은 27개, 법인은 147개 등 174개였다. 이중 폐업이나 연락 두절은 개인 1곳과 법인 5곳이었고, 1곳은 폐업 예정이었다.

정상 영업중인 보험중개사법인 142개 중 35개인 24.6%, 4곳 중 1곳의 법인이 필요한 자격증 보유자를 고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1-2명을 추가 고용해야 하는 소형 사업장도 있지만, 중대형 사업장이 두자릿수 이상 고용하지 않는 곳도 상당수된다. 심지어 법인 대표가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외국계인 A보험중개법인의 경우 225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보험중개사 자격증 보유자는 49명에 불과했다. 기준인 75명 이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26명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 94명을 고용중인 B보험중개법인의 경우 31.3명을 고용해야 하는데 절반도 안되는 15명만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감원은 이 의원실에 “보험중개사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없다”고 답했다.

일부 보험중개법인에서는 시험 난이도가 높아 배출되는 인력이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1809명이 합격해 연평균 180명이 배출됐다. 난이도를 조절해 2015년 평균 합격률은 25.6%였으나 점차 늘어 지난해에는 43.5% 늘었다.

법에는 설립 당시 기준을 명시했지만 이를 유지하도록 하는 강제조항이 없다. 35개 업체도 법 위반을 한 것이 아니라 제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결국 무용지물이다.

현재 영업중이 한 보험중개법인 대표는 “입법 취지를 이해하고 법을 지키는 업체가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는 “업계 내에 불공정이 만연한 상황인데 십여년째 이를 방관한 금융당국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는 법 개정으로 해소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설립 기준만 있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강제하거나 벌칙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정문 의원은 “보험중개사법인의 자격보유자 비율 요건은 소비자 신뢰와 시장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데, 금감원의 관리 부재로 제도 취지가 무너지고 있다”며 “설립 요건만 갖춘 뒤 자격자를 유지하지 않는 관행은 사실상 무자격 영업으로, 정기점검 의무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보험중개사 제도는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보험개혁회의 등에서도 꾸준히 문제가 지적돼 왔다. 금감원은 앞으로 중개수입 200억원 이상 대형 법인에 대한 경영현황 등 정기보고서를 작성케 하고, 보험중개사협회 홈페이지에 공시 항목을 확대·일원화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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