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거북이 왜 줬나’ 이배용 소환조사
김건희특검 ‘매관매직’ 의혹 조사
‘건진’소개 ‘도이치 주포’ 재수사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첫 인정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을 6일 소환했다. 김 여사가 뒤늦게 통일교측으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포인 이 모씨에 대한 재수사에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이 전 위원장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휠체어를 타고 특검에 도착한 이 전 위원장은 ‘금거북이를 전달한 이유가 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경과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 이 전 위원장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 끝에 이날 출석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13일과 20일 출석 통보를 받았으나 발목 골절에 따른 수술 등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한 바 있다. 이 전 위원장은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네고 인사청탁 의혹을 받는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가 운영하는 요양원을 압수수색하면서 금거북이와 함께 이 전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쓴 것으로 보이는 당선 축하 카드를 발견했다. 또 이 전 위원장이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인 ‘세한도’ 복제품 등을 김 여사에게 보낸 정황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전 위원장을 상대로 김 여사가 자신이 국가교육위원장에 임명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이같은 물품을 전달했는지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위원장은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역사학자로 친일 인사를 옹호하는 등 편향적인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어왔음에도 지난 2022년 9월 국가교육위원장에 임명돼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날 조사에서 특검팀은 이 전 위원장이 김 여사와 경복궁 경회루를 함께 방문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지난 2023년 10월쯤 일반인이 입장할 수 없는 휴궁일에 경회루를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촬영된 사진에는 이 전 위원장이 함께 찍혔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지난해 9월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는 종묘 망묘루에서 외부인과 차담회를 갖는 등 국가 사적을 개인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아울러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포 이 모씨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재수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2010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 시기’ 주포로 지목된 인물이다. 특검팀에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씨를 수사선상에 올렸지만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해 이씨의 새로운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혐의 입증을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단계”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맡은 수사팀이 의미 있는 피의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가 사용했던 휴대폰을 확보했는데 포렌식을 통해 김 여사와 이씨 사이에 오간 각종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를 토대로 김 여사에게 전씨를 소개한 인물로 이씨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와 함께 전씨를 통해 통일교측으로부터 교단 청탁과 함께 고가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전씨 역시 김 여사와 공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김 여사는 통일교측으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은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5일 언론공지를 통해 “김 여사는 전성배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 공모, 어떤 형태의 청탁·대가 관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명품 가방과 함께 건네진 것으로 의심되는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서도 수수사실을 부인했다.
그동안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해오던 김 여사가 입장을 바꾼 것은 전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씨측은 지난달 15일 공판에서 통일교측에서 받은 금품을 잃어버렸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여사가 일부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탁이나 대가성을 부인하는 방향으로 대응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특검팀 관계자는 “공소사실의 일부를 비로소 자백한 것”이라며 “특검 수사나 공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보여준 입장 등이 거짓이라는 뜻인데 모순되고 거짓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청탁이 충분히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있다”며 “특정 종교집단이 왜 고가의 명품을 줬어야 했는지 상식적 질문에서 수사를 시작했고 그에 대해선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