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신주발행 2심, ‘사업파트너’공방
고려아연 “법인 설립만 합작 아냐 … 파트너십 포함”
영풍 “합작은 공동출자한 신생법인 … 자의적 해석”
영풍과 고려아연의 신주발행 무효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 ‘자본투자 없는 외국 사업파트너를 상대로도 신주발행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은 고려아연이 자본투자한 외국법인에 대해서만 신주발행이 가능하다고 봤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2-3부(김용석 부장판사)는 전날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번 사건은 고려아연이 2023년 9월 미국 소재의 현대자동차그룹 HMG글로벌에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104만5430주를 발행한 것이 발단이다. 고려아연은 이 법인에 자본투자 대신 2차전지 재활용 및 자원순환 사업협력으로 참여했다. 고려아연 정관은 원칙적으로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해야 하지만 외국 합작법인에 출자할 경우 예외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측 대리인은 “합작은 미국에서 사업 상대방 또는 파트너로 불린다”며 “합작은 단순히 법인 설립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 기업과의 파트너십 전체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또 “합작법인은 합작파트너로 해석하는 것이 정관 취지에 부합한다”며 “정관 문언의 협소한 해석은 해외 합작사업이나 자금조달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풍측은 “합작법인은 공동 자본출자를 전제로 한 신생법인을 뜻한다”며 “HMG글로벌은 고려아연이 출자하지 않은 단순 외국법인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어 “정관에 없는 합작파트너 개념을 임의로 추가하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며 “(HMG글로벌은) 합작으로 생긴 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정관상 외국 합작법인의 문언 의미가 주된 쟁점”이라며 “양측 모두 합작법인의 유래를 일본선으로 기재했는데,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선에서 선은 한자로 ‘먼저 선(先)자’로 표기될 뿐, 어떤 뜻인지 분명하게 설명돼 있지 않다는 이유다.
이날 양측은 신주발행이 경영상 필요했는지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영풍측은 “제3자 배정은 기존주주와 대주주의 지분율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이 사건 신주발행은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측은 “이 사건 신주발행은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되기 전에 이뤄졌다”며 “1심 재판부 역시 경영상 필요성 자체는 일부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주 규모는 전체의 약 5%에 불과해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 결과는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 주도권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만약 1심 판결이 유지되면 해당 신주발행이 무효화돼 고려아연측 우호 지분 약 5%가 의결권에서 제외된다. 재판부는 다음기일을 내년 1월 14일에 열기로 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