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다니 돌풍’ 반면교사 삼아야 할 한국정치

2025-11-06 13:00:35 게재

34세·Z세대·소통·헌신·평등·증세 ‘부각’

한국, 57세·기득권·집값20억·감세 ‘대조’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의 ‘맘다니 정치’는 미국정치에서도 아직 낯설지만 한국정치에서는 거의 찾기 힘든 희귀템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낙인찍었지만 극심한 정치 양극화로 진통을 겪는 한국정치에 ‘맘다니 정치’는 제3의 길을 보여줄 수 있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뉴욕 시장 민주당 후보인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2025년 뉴욕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후 부인 라마 두와지(Rama Duwaji)와 함께 2025년 11월 4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에서 열린 선거 야간 집회에서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맘다니는 34세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현장으로 직접 나갔다. 거리에서 수많은 시민을 만나 시장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들었다. 시민들은 앞다퉈 고물가로 인한 민생고를 토로했다. 맘다니는 시민의 목소리를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더 많은 시민과 공유하면서 답을 찾으려 애썼다. 그의 진정성 있는 ‘현장소통’은 20대인 Z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수많은 Z세대가 맘다니 선거캠프 자원봉사자로 뛰어 들었다.

한국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7세다. 민주당은 40·50대가, 국민의힘은 70대 이상이 주요 지지층이다. 20대는 ‘정치 소외층’으로 꼽힌다. 한국 국회의원도 지역구에서 ‘민원의 날’을 운영하지만 의원이 현장을 찾기보다는 민원인이 의원을 찾아오는 식이다. 그나마 ‘민원의 날’을 매주 빼놓지 않는 의원은 손을 꼽는다. 일부 한국 정치인도 SNS를 이용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데 그친다.

맘다니는 부유한 부모와 최고 학벌을 가졌지만 첫 직업은 주택상담사였다. 저소득층 거주자들이 퇴거 위기에 맞서 싸우도록 돕는 일을 수년간 하다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겠다”며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맘다니는 민간 임대주택인 ‘임대료 안정화 주택’에 살고 있다. 선거 당시 경쟁자들은 “부자 맘다니가 가난한 임차인의 집을 빼앗았다”고 공격했지만 맘다니는 “주택상담사로 일할 때 연 소득은 4만7000달러(뉴욕 중위소득은 8만달러)였고 현재 살고 있는 주택도 그때 입주했다”고 밝혔다.

한국 국회의원은 대부분 정치권과 법조계, 재계 등 기득권 출신이다. 권력과 금력을 다 갖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국회의원의 재산 신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부동산 재산 평균은 19억5289만원에 달했다. 우리나라 가구별 평균(4억1752만원)보다 4.7배 많았다.

맘다니는 뉴욕 거리에서 들은 민생고를 바탕으로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 100만채 임대료 동결 △시 운영 식료품점 설립 △시내버스 전면 무상화 △5주~5세 아동 무상보육 △최저임금 시간당 16.5달러→30달러 인상을 공약했다.

이 같은 공약에 필요한 재정은 부자증세로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연소득 100만 달러 초과자 2%p 추가 과세 △법인세율 7.5%→11.5%로 인상이 꼽힌다. 맘다니는 뉴욕의 극심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과감한 민생정책과 부자증세를 결단한 것이다.

한국정치는 여전히 ‘퍼주기 논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재명정부가 내수를 살리겠다며 소비쿠폰을 나눠주자 제1야당에서는 “세금폭탄으로 돌아온다”고 공격했다. 부자증세에 대해선 여야 모두 부정적이다. 윤석열정부는 줄곧 부자감세에 치중했다. 진보성향이라는 민주당도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놓고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선긋기에 바쁘다. 내년 지방선거 표심에만 급급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조 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은 5일 “맘다니의 성공은 우리는 물론 많은 나라들이 다양성과 사회권이라는 가치에 주목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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