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정부의 뒤늦은 ‘성매매 관광’ 실태조사
“라오스 출국자 중 남성 비율이 70%를 넘는데, 일부 여행사가 현지에서 ‘성매매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고객을 모집한다. 해외 성매매 관광은 명백한 불법임에도 이런 행태가 버젓이 이어진다. 더 심각한 건 아동성착취로 연결될 수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해외성매매 종합대책을 2008년부터 만들었는데 지금 더 심각해졌다.”
10월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내용이다. 최근 ‘나이트 투어’라는 이름으로 라오스로 성매매를 하기 위해 떠나는 이들이 있어 국제 문제가 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2024년 해외에서 성매매 등 성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은 2020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민 의원은 10월 29일 종합감사에서 대형 여행사 연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박상빈 하나투어 경영기획본부장은 “전수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판단하고 있다”며 “소수의 대리점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성매매 관광(관광이라는 표현이 적합한지는 의문이지만)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는 점이다. 10월 14일 국정감사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문제 심각성을 인지했다”며 “실태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답변은 과거에도 반복되어 왔다.
시민단체 탁틴내일은 라오스 여성 성폭력 피해 실태를 조사했고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 중이다. 사실 이 문제는 성매매 관광이라기 보다는 성착취 범죄라는 관점으로 접근을 하는 게 적합하다. 자발적으로 거래한다는 뉘앙스의 용어는 오히려 성착취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흐리게 되기 때문이다. 탁틴내일은 라오스 등 해외 성매매 관광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 수사 역량 복원 △온라인 모집 경로 차단 △정보통신 기반 범죄 대응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늦었지만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근절 대책이 마련될지는 의문이다. 탁틴내일은 과거에도 해외 성착취 근절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왔다. 해외 원전 성매매로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자녀)’ 문제를 처음 이슈화했을 때 외교부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해당 국가 입국 시 ‘성매매 관광을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문자를 발송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다르길 바란다. 이 문제는 성매매 관광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성착취 범죄 문제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착취 범죄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부터가 이 문제를 단순히 일탈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잘못된 풍조가 사라지게 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