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 이후에도 발전소 산재 반복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등 안전사고 잇달아 … 노후 석탄 폐쇄 앞두고 우려 커
김용균법(위험의 외주화 금지) 이후에도 예견된 산재는 반복되고 있다. 6일 울산 화력발전소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대형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노동자 9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매몰된 직원 모두 하청직원으로 정규직은 1명이고, 8명은 비정규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고용노동부는 7일 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에서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 2차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경찰청 울산광역시·남구청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김상욱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번에 붕괴된 보일러 타워는 1981년에 준공됐다. 노후화돼 2021년부터 사용이 중지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발전소 건설·해체 등 유사 현장에 대해서도 안전점검을 실시하여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방정부에서는 가족분들에 대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복지부와 안전보건공단은 트라우마센터 운영을 통해 부상자와 사고 목격자에 대한 심리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문제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한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음에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2월에는 보령화력발전소 제1부두 하역기에서 낙탄 청소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소속 50대 남성이 15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2021년 8월에는 당진화력발전소 3부두 선박에서 이산화탄소 용기 호스 교체 작업 중 협력업체 노동자 4명이 질식해 1명이 사망했다. △다단계 하청구조 △비정규직 중심 고용 △안전장치 미흡 등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설계 수명이 임박한 노후 석탄화력발전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철거가 본격화하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5년 12월 태안석탄 1호기 폐지를 시작으로 2039년까지 발전 5사가 보유한 석탄발전기의 75% 이상이 폐쇄될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10월 10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본부를 찾아 석탄발전소 폐지 추진 현황과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한 바 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 6월 고 김충현 씨가 선반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총리실 기획재정부 노동부 기후부 등이 참여하는 안전 강화 조치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안전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7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의 피해자 대부분이 원청이 아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면서 “현장 구조와 시스템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하청 노동자들이 위험한 철거 작업에 투입돼 희생양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또한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울산의 철거현장사고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해체과정에서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며 “정부는 ‘안전 최우선’을 외치지만 노동현장은 여전히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제대로 된 조사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한남진·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