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구조조정의 시간…세부평가 대상 기업 증가

2025-11-07 13:00:01 게재

금감원, 신용위험평가 이달말 마무리 … 평가대상 취약기업 10~20% 늘어

주채무계열 소속기업 재무구조평가 실시, 취약 기업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경기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부실징후기업을 선별하는 신용위험평가가 이달말 마무리되고 내달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중소기업들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서 올해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갈 기업들이 대거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들과 중소기업(금융권 신용공여 500억원 미만)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세부평가 대상 기업은 전년 대비 10~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부평가 대상 중소기업이 3210개였는데, 올해는 3500~3800개 가량된다는 말이다.

세부평가 대상 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 이거나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등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곳이다.

세부평가 대상 중소기업은 2020~2023년까지 매년 2800개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3210개로 13.4% 증가했다. 세부평가 대상이 늘었다고 구조조정 기업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적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지난해 부실징후기업으로 평가(C·D등급)된 중소기업은 219개로 전년 대비 3곳 줄었지만 가장 낮은 등급인 D등급을 받아 기업회생에 들어간 중소기업은 123개로 12개 늘었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대기업과 건설회사를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했으며, 중소기업 평가결과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체에 대한 재무구조평가에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매년 채무가 많은 대기업그룹을 금융당국의 특별관리 대상인 ‘주채무계열’로 선정한다. 전년말 총차입금이 전전년도 명목 국내총생산의 0.1% 이상이고, 전년말 은행권 신용공여잔액이 전전년말 전체 은행권 기업 신용공여잔액 대비 0.075% 이상인 곳이 대상이다.

올해는 41개 계열기업군이 주채무계열로 선정됐다. 전년도 36개 보다 5곳이 늘었다. 대상 선정 기준이 되는 총차입금은 2조4012억원으로 전년(2조1618억원) 대비 11% 증가했다.

금감원은 주채권은행을 통해 41개 계열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해 재무구조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계열에 대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다.

주채무계열 전체는 신용위험이 크지 않더라도 소속 계열사 중에서 취약한 곳에 대해서는 이달말까지 별도의 평가를 거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향후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사업재편이 본격화되는 등 산업별 구조조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이 사업재편안 초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 등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에틸렌 생산 규모가 가장 큰 여수 산단의 경우 사업재편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LG화학이 GS칼텍스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모든 산단과 업계가 속도전을 펼쳐 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재편계획을 산업통상자원부가 승인하면 공은 금융권으로 넘어오게 된다. 금융권은 지난 9월말 협약을 통해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사업재편 지원을 약속했다. 사업재편계획을 접수받아 주채권은행을 정한 뒤 회계법인을 선정해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재편계획이 제대로 작성됐는지, 실제 효과가 있는지 등을 따져본 후 대출채권에 대한 만기 연장을 비롯해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직면한 철강산업과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부품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어서,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에 따라 산업경쟁력 회복과 강화의 성패가 갈리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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