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법정에 선 윤석열 부부
윤 ‘체포방해’ 재판 출석 … 박종준 반대신문
김건희 공판에선 ‘공천개입’ 명태균 증인신문
‘샤넬백’ 수수 인정한 김, ‘디올’ 의혹 추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7일 나란히 법정에 섰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재판을 받기 위해 같은 날 동시에 법원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부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재구속된 후 넉 달 가까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 주요 증인이 잇따라 나오자 직접 법정에 나와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는 형사합의 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공판이 열렸다.
김 여사는 지난 9월 24일 첫 공판 이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재판에 출석해왔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재판이 여러 차례 열렸지만 두 사람이 같은 날 법정에 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에도 재판 일정이 겹친 적이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김 여사만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이날 재판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는 별개로 내란 특검팀이 추가 기소한 체포 방해 등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박종준 전 경호처장에 대한 피고인측 반대신문이 진행된다.
박 전 처장은 지난 4일 재판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그 사람들이 탄핵 절차 시작 전에 수사부터 개시하고 아직은 현직 대통령인데 일반 범죄자처럼 소환해서 수사하는 것들에 대해 굉장히 많은 말씀하셨다”며 “그런 것들에 대해 전부 불법이고 수사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국방부 장관 공관을 압수수색할 때 외부인을 들였다고 질책받은 적이 있다”면서 “(제가) 크게 혼났다는 소문이 나고 다른 사람이 오히려 더 신뢰 받는다는 얘기가 돌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그 뒤로 압수수색이나 그런 게 들어와도 대통령 방침에 어긋나는 말을 하거나 의견을 표시하면 다 박살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김 여사의 재판에서는 명태균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명씨는 이른바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김 여사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6월~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씨로부터 총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명씨는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한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받은 것으로 의심 받는다.
김 여사는 또 2010년 10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하고 8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도 받는다.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통일교측으로부터 교단 청탁과 함께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백 등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그동안 혐의를 부인하던 김 여사는 최근 전씨로부터 2차례 샤넬백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었고, 목걸이는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는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서도 고가의 귀금속 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김 여사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인 검사 출신 박성근 변호사의 공직임용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등 귀금속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는 공천·공직임용 대가로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는 인사청탁 대가로 금거북이 등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다.
여기에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와 관련해 인테리어업체 21그램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까지 더해졌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21그램 김태영 대표의 배우자 조 모씨가 2022년 김 여사에게 디올 가방과 의류 등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6일 윤 전 대통령 부부 자택이 있는 아크로비스타와 21그램 사무실 등 9곳을 압수수색했다.
21그램은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를 후원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시공을 맡았던 업체로 지난 2022년 관저 이전 공사를 따낸 바 있다. 당시 다른 회사가 먼저 공사 의뢰를 받았지만 경호처가 돌연 21그램으로 공사업체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특검이 압수해간 디올 제품과 관련해 “21그램으로부터의 대가성 제공품이 포함된 것이 확실한지 의문”이라며 “각 제품별 취득 시점, 지급 경위, 결제 내역 모두 수사를 통해 항목별로 명확히 소명해 판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6일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 김 여사에게 오는 24일 출석해 조사 받으라고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으로부터 8일 출석을 통보 받은 상태다. 윤 전 대통령측은 이와 관련 15일로 연기하는 방안을 놓고 특검팀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