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부실’ 새마을금고, 미국 저축대부조합(S&L) 전철 밟나
검찰, 지점장 구속기소 … 부실에 건전성 우려도 커
S&L, 80년대 말 위기로 구조조정 거쳐 감독권 강화
2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전직 새마을금고 지점장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김봉진 부장검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등) 혐의로 전직 새마을금고 지점장 A씨 등 3명(2명 구속)을 전날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지점장 등은 성남, 광명 등 경기권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약 200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실행했다. A 지점장 등은 대출 브로커 B씨(증재,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로부터 대출 알선 대가로 각 5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B씨는 시행사로부터 PF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32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PF 대출 수수료 약 4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새마을금고 전현직 직원들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여신업무 담당 차장을 지낸 박 모씨와 모 지점 전 여신팀장 노 모씨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또 다른 지점 여신팀장 오 모씨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같은 해 5월엔 새마을금고가 약 1500억원대 불법대출을 실행,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새마을금고는 서민금융기관의 성격이 강한 조직으로, 신뢰가 중요한 기관이다. 하지만 대출 알선 및 금품 수수, 수수료 횡령 등이 빈발한다는 점에서 금융윤리 및 내부통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최근 8년간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누적 피해액은 700억원을 넘었다. 이 중 417억원은 예금·예탁금 등 고객 자금을 노린 횡령이었다. 단순한 내부 비위 수준이 아니라 관리·감독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사례다.
부실도 만만찮다. 올해 상반기에는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1조3000억원대 순손실이 발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0%를 웃돌아 상호금융권 중 가장 나쁜 수준이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새마을금고 평균 연체율은 8.37%로 20년 만의 최고치다. 농협(4.7%), 산림조합(7.46%), 수협(7.82%), 신협(8.36%)보다 높았다. 중앙회 경영실태평가에서 ‘취약’ 또는 ‘위험’ 등급을 받은 금고는 지난해 말 86곳에서 올해 상반기 165곳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감독 전문성 부족, 고위험 자산 집중 =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저축대부조합(Savings and Loan Associations, S&L)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두 기관의 역사적·제도적 배경은 다르지만, 금융시스템 내 역할과 구조적 취약성에서 여러 유사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지역주민의 저축 장려와 서민 금융 지원을 목적으로 한 협동조합 형태다. S&L은 지역사회 내 주택구입 자금을 공급하는 목적의 비영리 또는 상호조합 형태다. 새마을금고의 감독주체는 행정안전부와 중앙회다.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가 아닌 행안부 소관이라 전문감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과거 S&L은 연방저축대부보험공사(FSLIC)의 감독을 받았지만 감독능력 부족 및 정치적 간섭에 대한 우려가 컸다.
S&L은 1970–80년대 이자율 자유화 후 고위험 부동산대출을 확대했다. 그러다 금리 급등과 부동산 침체기로 위기를 맞았다. 미 전역에서 700여개 S&L이 문을 닫았다. 게다가 경영진은 자기대출·허위자산평가·금품수수 등 부정행위에 몰두했다. 결국 1989년 S&L 위기가 터져 대대적 구조조정 상황을 맞았다. 연방정부는 약 1600억달러의 구제금융비용을 투입했다. S&L은 같은 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예금자보험 시스템으로 편입되는 운명을 맞았다.
마찬가지로 새마을금고도 2000년대 이후 기업대출과 부동산 PF 비중을 크게 늘렸다. 거기에 더해 임직원 횡령, 비리, 대출 알선으로 여러차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두 기관 모두 감독 주체의 전문성 부족, 시장 확대 후 고위험자산 집중이라는 공통요소를 갖고 있다.
◆“금융당국으로 감독체계 일원화해야” = 물론 새마을금고가 1980년대 말 S&L 위기와 같은 상황을 맞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자산규모는 280조원대로, 일반상업은행 못지않다. 영향력은 상호금융 중 가장 크다. 때문에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상황이 S&L 위기 이전과 구조적으로 흡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국감을 비롯, 과거 여러차례 새마을금고 감독체계 일원화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관 문제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감독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행안부는 새마을금고가 지역 공동체 기반의 조직이라는 특수성을 내세워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미 새마을금고 중앙회와 행안부를 통한 자정적 관리 단계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이제는 금융당국으로 감독체계와 예금자보호체계를 일원화해 공동체 기반 조직으로서의 특수성과 신뢰를 회복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은광·박광철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