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느는 대외 투자소득…경상흑자 효자 노릇

2025-11-07 13:00:01 게재

흑자폭 전년 대비 40% 증가, 서비스수지 적자 만회

한은, 환율 약세·국내자본시장 투자기반 약화 우려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이 해외에 투자한 대외순자산이 벌어들이는 투자소득의 증가가 가파르다. 경상수지 흑자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도 하지만 자본의 지나친 대외 유출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5년 9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225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1.5억달러)에 비해 39.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증가세는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상품수지(19.7%)와 서비스수지 증가율(-28.2%)을 압도한다.

신승철 경제통계1국장은 6일 최근 경상수지 흑자 기조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도 “대외순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 등 투자소득수지 흑자가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9월까지 경상수지 흑자(827.7억달러) 흐름을 보면, 상품수지 흑자(859억달러)가 가장 크다. 다만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는 서비스수지(-227.1억달러)를 본원소득수지(225.6억달러)가 보충하는 양상이어서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과의 상품과 서비스, 자본 거래의 종합적 지표인 경상수지에서 자본의 투자에 따른 본원소득수지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5일 발표한 ‘순대외자산 안정화 가능성 평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국인 우리나라는 대외금융자산이 계속 증가하면서 해외투자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연말 우리나라가 가진 순대외금융자산(1조1020억달러)은 올해 2분기(1조304억달러)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른바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민간의 해외 증권투자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도 미국을 중심으로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한은은 보고서에서 대외자산의 증가가 가져올 경상수지 흑자 등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측면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대외자산의 급속한 증가가 가져올 부정적 효과로 △국내자본시장 투자기반 약화 △환율 약세 압력 지속 △글로벌 리스크 노출 확대 등을 꼽았다.

실제로 최근 국내 주식시장 강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해외투자에 몰리면서 환율 상승을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 동향에서 금융계정을 보면, 9월 기준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111억900만달러로 외국인의 국내투자(90.8억달러)를 웃돌았다. 올해 9월까지 누적 금액에서도 해외투자 금액은 998억5000만달러로, 외국인의 국내투자(394.6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한은은 “국내시장의 위험조정 수익률 제고 등을 통해 투자 매력을 높여 과도한 민간부문의 해외투자 편중 경향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국내 주식시장 투자여건 개선과 국민연금의 국내투자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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