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창업 보증 악용’ 2000억대 사기 적발

2025-11-07 15:25:42 게재

허위 잔고증명 개업자금 대출, 의사·약사 278명 송치

수서경찰, 신보 직원 가담 정황 포착 ··· 수사 확대 중

예비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신용보증제도를 악용해 허위 잔고증명서를 제출, 거액의 자금을 대출받은 의사와 약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은 신용보증기금 직원의 가담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의사 249명, 약사 29명 등 총 278명을 순차적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2년부터 약 2년 동안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예비창업보증’ 제도를 이용해 총 20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이들은 개업 자금이 부족하자 대출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돈을 빌려 일시적으로 예금잔고를 부풀린 뒤, 이를 신보에 제출해 보증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대출이 승인되면 빌린 돈을 다시 반환하는 방식으로 잔고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보의 예비창업보증제도는 의사·약사 등 전문직 창업 준비자를 대상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100%까지, 최대 10억원 한도로 대출을 보증하는 제도다. 범행 당시 5억원 이상의 보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최소 5억원의 자기자금이 필요했지만, 이들은 허위 잔고증명서를 제출해 조건을 충족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불법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 2명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 중 한 명은 수사 착수 직후 의료인 80명으로부터 약 568억원의 대출금을 돌려받은 뒤 잠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첩보를 통해 사건을 인지했던 경찰은 전직 신보 직원 1명이 불법 대출 과정에 연루된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피의자로 입건해 추가 수사 중이다. 중간에서 자금을 댄 이른바 ‘쩐주’ 등 추가 공범들에 대한 수사도 계속할 방침이다.

신보측은 “자기자본 한도만큼 보증해 주는 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있어 현재 (신보가) 별도로 매출액을 추정하고 있다”라며 “자격에 대한 (보증) 한도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개선 방안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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