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곤 전 교육부 차관보 “배움과 성장의 경남교육 만들겠다”

2025-11-08 11:43:47 게재

“정책과 현장 간극 메우는 교육감 될 것”

“작은학교 지역거점으로 키워야”

김영곤 전 차관보
내년 6월 교육감 선거에 도전하는 김영곤(57)전 교육부 차관보는 33년간의 교육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배움과 성장 이야기가 있는 경남교육’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이 사라지고 교육이 멈추면 지역의 미래가 멈춥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교육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경남도 예외가 아니다. 내년 6월 교육감 선거에 도전하는 김영곤(57)전 교육부 차관보는 33년간의 교육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배움과 성장 이야기가 있는 경남교육’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68년 경남 남해 출신인 김 전 차관보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 정책분석가 교육부 국제협력관·대학지원관·직업교육정책관 순천대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2019년 5월 국립국제교육원장을 거쳐 교육부 차관보로 공직을 마감했다. 김 전 차관보와의 인터뷰는 8일 서면으로 이뤄졌다.

김 전 차관보는 “중앙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며 “이제는 그 경험을 현장에서 직접 실행하는 교육감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교육부 명예퇴직 후 경남교육감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오랜 시간 교육부에서 일하면서 한 가지 질문이 마음속에 깊이 남았다. 학교는 여전히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곳인가. 안타깝게도 지금의 학교는 배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교사는 평가와 행정에 묶여 있고 학생은 성적과 경쟁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잃어가고 있다. 배움이 멈추면 성장이 멈추고 성장이 멈추면 학교는 단지 건물로만 남는다. 그 현실이 가장 아팠다. 교육의 본질은 배움과 성장 그리고 이야기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기만의 서사를 써 내려갈 수 있고 교사는 그 곁에서 동행하며 피드백을 주고 학부모와 마을이 함께 그 성장을 응원하는 것이 진짜 학교의 모습이다. 이제는 중앙의 관료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 1968년 경남 남해 출생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교육감에 출마하게 됐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늘 돌아감이라는 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교육은 결국 돌아오는 일이라고 믿는다. 자신이 자란 곳 자신을 키운 사람들 그리고 나를 배우게 한 공동체로 다시 돌아와 그 빚을 갚는 것이 교육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남해는 제게 단순한 고향이 아니다. 제가 처음으로 세상을 배우고 사람의 마음을 배우고 삶의 길을 배운 자리다. 남해 지역의 학교에서 배움은 사람 사이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경남의 학교들이 아이의 웃음소리를 잃고 마을이 학교의 불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시절의 온기가 그립다. 교육이 다시 삶의 중심이 되고 학교가 지역의 심장이 되는 교육을 만들고 싶다.

● 33년간의 공직생활에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특히 교육부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초중고 교육에서 바뀌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지난 33년간 저는 대한민국 교육의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교육정책의 설계와 집행 그리고 그 결과를 지켜보는 일을 해왔다. 때로는 성공의 기쁨을 느꼈지만 정책이 현장에 닿지 못한다는 한계를 절감했다. 중앙에서 정책을 세울 때는 좋은 정책과 제도면 학교는 달라질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현장은 달랐다. 교사는 행정에 지쳐 있었고 학생은 배움의 동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교육의 본질인 배움과 성장의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현장을 돌며 수없이 확인했다. 대한민국 교육정책이 걸어온 길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고 그 시행착오를 함께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메우는 교육감이 되고자 한다. 앞으로의 교육은 제도나 성과 중심이 아니라 한 아이의 성장 서사가 존중받고 교사의 피드백이 살아 있는 성장 중심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 만약 교육감에 당선된다면 33년간의 교육부 공무원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33년 동안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봤다.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에서 현장과 어긋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이제 정책을 설계했던 경험을 실행력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그동안 시도교육청은 교육정책의 기획과 이해 실행의 단계에서 전문성과 일관성이 부족했다.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학교 현장에 제대로 닿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중앙에서 쌓은 정책 경험과 행정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육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행정의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겠다. 교육이 바뀌려면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 교사가 행정에 지치지 않고 학생이 배움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이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 교육감에 당선된다면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고 생각하는 정책이나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경남교육의 핵심 과제를 지역을 살리는 교육에서 찾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이 사라지고 교육이 멈추면 지역의 미래가 멈춘다. 그렇기에 학교는 더 이상 배움의 공간만이 아니라 지역의 혁신 거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연계 교육 생태계를 경남교육의 대표 정책으로 추진하겠다. 학교·교육청·지자체·대학·산업체가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고 교육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경남형 지역협력 교육모델을 구축하겠다. 예를 들어 지역의 산업체와 연계한 현장 기반 배움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학생들이 교실을 넘어 지역사회와 기업 대학에서 실제 문제 해결을 경험하도록 하겠다. 이런 경험이 학생에게는 배움의 동기가 되고 지역에는 인재 순환의 씨앗이 된다.

● 학령인구 감소 지방 소멸 위기로 시골의 작은 학교들이 위협받고 있다. 향후 이 문제는 어떻게 풀 생각인가.

작은 학교를 지키는 일이 곧 지역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시간과 사람 그리고 미래를 품고 있는 공동체의 중심이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해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기능을 축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작은 학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거점학교로 새롭게 키워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맞는 지역거점형 작은학교 모델을 추진하겠다. 한 학교가 단독으로 버티는 구조가 아니라 인근 학교들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농어촌 지역에 맞는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해 작지만 강한 학교 배움의 중심 학교로 만들겠다. 이를 위해 교육청 차원의 재정·행정 지원을 집중하겠다.

●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이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 많다. 교사들은 단어 뜻을 설명해줘야 해 수업 진도 나가기가 어렵다고 토로하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까.

문해력 저하는 단순히 책을 안 읽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학습의 순환 구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이 여전히 정답을 맞히는 교육에 머물러 있고 교사는 피드백보다는 평가에 학생은 이해보다는 암기에 몰려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문해력뿐 아니라 사고력과 표현력 나아가 학습의 즐거움 자체가 무너진다. 문해력의 회복을 피드백 중심 학습으로의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의 글과 말 사고의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 성장의 단서를 찾아주는 교육. 학생은 그 피드백을 통해 자기 생각을 다듬고 표현하며 다시 성장하는 교육. 이것이 진정한 문해력 교육의 시작이다.

● 심리적 정서적 문제를 겪는 학생들도 많다.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생각 중인 정책이나 계획이 있다면.

지난 4년 반 동안 전국에서 자살시도나 자해를 한 학생이 3만 명을 넘었다. 하루 평균 20명의 학생이 죽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 신호를 제때 읽지 못하고 있다. 교육 현장은 여전히 성적과 경쟁 중심의 구조에 갇혀 있고 아이들의 마음은 그 안에서 점점 더 닫혀가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을 정서적 안정이 곧 학습의 토대라는 관점에서 본다. 마음이 흔들리는 아이에게 배움은 닿지도 성장하지도 않는다. 지식 이전에 마음이 안전해야 하고 관계가 회복되어야 진짜 성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관계 회복 중심의 교육복지를 경남교육의 핵심축으로 추진하겠다. 교사와 학생 또래와 가족 간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자살예방정책의 가장 본질적 형태다.

●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교육의 혁신이 정책이나 제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교사 교직원 학부모 지역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저는 경남교육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교육공동체의 역량 강화에 착수하겠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은 바로 경남교육연수원 혁신이다. 수십 년 동안 경남교육연수원은 교육 현장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었다. 교육감이 된다면 경남교육연수원을 학습하는 조직 교육공동체의 성장 플랫폼으로 완전히 재구조화하겠다. 연수를 행정 절차가 아니라 성장과 피드백의 장으로 바꾸고 교사들이 스스로의 전문성과 교육철학을 갱신할 수 있는 경남형 역량 강화 모델을 만들겠다. 경남교육의 혁신은 경남교육연수원의 혁신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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