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물가상승 주범…억울한 쌀농가
10월 쌀값 21.3% 급등에 밥상물가 위협…산지 나락은 헐값, 농협만 수익
쌀값이 21.3% 급등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중 쌀과 사과(21.6%)가 가장 큰 폭으로 올라 가장 위협적인 물가인상 품목으로 꼽힌다. 재고쌀이 부족한 탓인데 농민들은 “나락(벼)값은 그대로”라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산지쌀값(정곡 20㎏)은 5일 기준 5만6954원으로 10일전 가격보다 449원 떨어졌다. 산지쌀값은 10월 5일 6만1988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점차 하락하고 있다.
10월에 쌀값이 급등한 이유는 산지 유통업체의 재고량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쌀 수급 불균형을 가져온 이유는 지난해 쌀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에 대한 재고량 계산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뒤늦게 인식한 정부가 8월과 9월 산지유통업체에 5만5000톤의 정부양곡을 긴급 대여했지만 쌀값 상승을 막기 역부족이다. 이후 추석 명절이 겹치면서 쌀 소비량 증가와 함께 소비자가격도 동반 상승한 것이다.
추곡수매 시기에 쌀값이 올랐지만 쌀 농가의 경영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실제 농민들이 파는 나락가격은 희망가격보다 낮게 형성됐다.
국내 대표 쌀 생산지인 경기 여주지역에서는 올해 농협 벼 수매가가 포대당 8만8000원(조곡 40kg 기준)으로 결정됐다. 지난해보다 3000원 인상된 가격이지만 농민들이 요구했던 9만5000원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RPC)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2025년도 벼 수매가를 주력 품종인 ‘진상벼’ 8만8000원, ‘추청벼’ 8만원으로 결정했다.
전북 정읍에서도 농민들이 나락값 인상을 요구하며 적재 시위를 벌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읍시농민회는 전북 정읍시 고부면 황토현농협 앞에서 집회를 열고 “농협은 농민을 상대로 헐값에 나락을 사들여 비싸게 파는 행위를 중단하고 나락값을 8만원까지 인상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나락값이 6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폭등했는데 농민들이 얻은 추가 이익은 하나도 없다”며 “농민들에게 헐값으로 나락을 수매한 농협이 소비자들에 비싸게 팔아 떼돈을 벌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정읍 농민단체들은 조합장들에게 나락 40㎏당 선지급금 6만원을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선지급금을 5만원으로 정했다”며 “그 결과 농협은 1조원를 벌었다”고 덧붙였다.
나락값 선지급은 농협에서 농민이 수확한 나락을 수매하면서 최종 가격이 확정되기 전 계약금액의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것이다. 국회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군산김제부안)에 따르면 전국 123개 농협 RPC가 2024년산 쌀을 매입해 올린 수익금은 1조625억원이다. 지난해 수확기에 1조9394억원을 들여 쌀을 수매한 뒤 3조2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에 반해 쌀 농가는 지난해 1000㎡(10a) 당 27만1000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24.3% 감소한 금액이다. 2022년 18만5000원으로 줄어든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