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식 신세계 강남' 글로벌 1위 노린다

2025-11-10 13:00:24 게재

회장 취임 1년만에 실적·브랜드·공간혁신 3박자 성과 … ‘세계 1등 K-백화점’ 비전 가시화

신세계백화점이 정유경 회장 체제 1년 만에 ‘대한민국 백화점 1등’을 넘어 ‘글로벌 톱 백화점’ 도약 신호탄을 쐈다.

신세계 강남점은 7일 기준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고 10일 밝혔다.지난해보다 3주 빠른 기록으로, 3년 연속 3조원 고지를 넘어선 유일한 국내 백화점이다. 정 회장 취임 후 브랜드력 강화 공간혁신 고객층 확대 등 전방위 개편이 맞물리며 성과가 폭발했다는 평가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신세계 제공

1972년생인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세계백화점 그룹 회장에 오르면서 '차세대 소비층과 세계시장을 모두 잡는 백화점'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정 회장의 젊은 감각 전략은 수치로 입증됐다. 강남점 매출은 올해 들어 8.1% 성장하며 내년 ‘매출 4조원 시대’가 가시권에 들었다.

강남점은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이른바 ‘에루샤’ 3대 명품을 비롯해 구찌·디올·보테가베네타 등 100여개 럭셔리 브랜드를 한데 모은 국내 최대 명품 집결지다.

정 회장은 명품 소비가 단순 구매를 넘어 ‘문화 체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세계강남점 전경. 사진 신세계백화점 제공

그 결과 루이비통 주얼리 전문관·오데마피게 단독 매장 등 ‘국내 유일’ 플래그십 스토어를 잇달아 유치했다. 또 프리미엄 주얼리와 워치 행사 강화로 올해 관련 매출이 30% 이상 급증했다.

정 회장은 ‘럭셔리=패션’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리빙·가전·식품까지 확장했다. 이탈리아 커피머신 브랜드 라마르조코와 협업해 갤러리형 매장을 열고, ‘가게나우’ 체험형 쇼룸, 일본 장인 나이프 편집숍 ‘마이도’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명품을 입는 곳에서, 명품을 경험하는 곳으로’라는 정 회장 경영철학이 공간 전체에 반영된 셈이다.

10년에 걸친 리뉴얼 투자는 올해 ‘국내 최대 식품관’으로 결실을 맺었다. 총 6000평 규모 식품관은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 프리미엄 푸드홀 ‘하우스 오브 신세계’, 프리미엄 델리존으로 구성됐다.

정 회장은 “백화점의 본질은 단순 판매가 아니라 경험”이라며 ‘식사’가 아닌 ‘미식의 여정’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재단장을 주도했다.

개장 이후 식품관 매출은 20% 이상 늘었고, 주말에는 외국인 포함 하루 10만명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정 회장 체제의 또 다른 성과는 고객층 다변화다. 최우수고객(VIP) 비중은 올해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52%를 넘어섰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VIP 매출은 8% 이상 늘었다. 동시에 2030세대 유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신세계가 자체 기획한 IP 팝업스토어에는 올해만 160만명 2030 고객이 다녀갔다. 그중 70%는 신규 방문객이었다. ‘오징어 게임3’ ‘귀멸의 칼날’ ‘엔하이픈’ 등 글로벌 IP와 협업한 팝업은 젊은 층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였다.

외국인 고객도 급증했다. 강남점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K-푸드와 미식 콘텐츠가 결합된 식품관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내년 강남점 매출 목표를 4조원으로 설정하며 일본 이세탄(4조3000억원), 영국 해러즈(4조8000억원)에 맞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신세계는 강남점을 비롯해 본점 센텀시티 대구 대전 등 ‘매출 1조 클럽’ 점포를 5곳으로 늘려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강화한다. 특히 대전 ‘아트&사이언스’점은 루이비통 입점을 계기로 충청권 1위 백화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정 회장은 “강남점의 3조원 조기 달성은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K-백화점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백화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유통의 미래는 공간과 감성의 결합”이라고 강조해왔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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