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률 위반행위 34% 중복제재

2025-11-10 13:00:28 게재

행정절차 위반도 형사처벌

“글로벌기준 맞춰 합리화”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D사는 협력업체 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업계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 자리에서 D사 대표는 “최근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다 보니, 납품단가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들도 어려움을 공유하며 향후 단가 조정 계획을 간략히 언급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 신고를 접수받고, 해당 발언과 회의록을 근거로 담합 정황을 발견했다며 조사를 착수했다. D사 대표는 명시적인 가격 인상 합의나 계약은 없었음에도,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로 판단될 경우, 징역(최대 3년)과 벌금(최대 2억원) 그리고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경제법률 형벌 조항 전수 조사를 시행한 결과, 기업 활동과 관련성이 높은 21개 부처 소관 346개 경제법률에서 모두 8403개의 법 위반행위가 형사처벌(징역, 벌금 등) 대상이라고 10일 밝혔다.

이 가운데 7698개(91.6%)는 양벌규정주이 적용돼, 법 위반자뿐 아니라 법인도 동시에 처벌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 위반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을 포함한 두 개 이상의 처벌⸱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항목은 2850개(경제형벌 8403개의 33.9%)에 달했다. 중복 수준별로는 △2중 제재 1933개(23.0%) △3중 제재 759개(9.0%) △4중 제재 94개(1.1%) △5중 제재 64개(0.8%)로 나타났다.

화장품 판매자가 라벨(상표) 훼손 제품을 판매 목적으로 보관·진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기업은 매년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 소유 현황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단순 착오 등 의도치 않은 자료 누락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이를 형사처벌로 규율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한경협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 행정 의무 위반에 대해선 금전 제재인 행정질서벌로 전환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제재와 단순 행정 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경영 리스크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며 “정부가 경제형벌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고성수 기자·연합뉴스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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