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인 비토’ 불구 BNK회장 선임 ‘속도’
1차 후보군 7명 압축 … 여권 일각 “윤석열 사람 연임 안 돼”
부산시장 출마 거론 전재수는 다른 행보 … MOU 맺고 힘싣기
도이치 특혜 대출·회장 깜깜이 선출 논란 … BNK측 “사실 아냐”
BNK금융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는 지난 6일 최고경영자(CEO) 1차 후보군 7명을 확정했다. 임추위는 금융감독원 모범규준에 따라 관리해온 내·외부 인재풀 가운데 지원서를 낸 후보들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진행했다. 검증 절차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예년보다 심사 회차를 늘려 총 3차례에 걸쳐 진행했다고 BNK측은 밝혔다.
후보군에는 당연직 후보인 빈 회장과 방성빈 부산은행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치펌이 추천한 외부 인사들의 면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관심은 빈 회장의 연임 여부다. 경영성과로 보면 빈 회장 연임에 큰 장애는 없다. 지난해 BNK금융그룹 당기순이익은 8027억원으로 2023년(6398억)에 비해 25.5%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4758억원 당기순이익, 보통주자본비율(CET1) 12.56%의 실적을 내며 시가총액 4조571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변수는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권 입김 = 국회 정무위 박범계 의원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BNK금융지주 회장 선거가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BNK 회장 선출 절차에 특이한 점이 보인다”며 “절차상 하자가 발견되면 수시검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허성무 등 경남 울산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과 방성빈 부산은행장이 김건희 여사와 연계된 도이치모터스·도이치파이낸셜 계열사에 100억원대 무담보 신용대출을 제공한 의혹의 핵심 인물”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결국 이들 주장의 핵심은 “윤석열 정권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하자없이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시킬 방법은 없어 보인다. ‘깜깜이 선출’이라고 했지만 지난 2023년 금감원 지침(금융감독 지배구조 모범관행 가이드)변경에 따른 것이란 게 BNK측 해명이다. 과거 공모제 방식이라면 사전 고지 없이 갑자기 회장추천위를 가동하면 비난받을 소지가 있지만 변경 지침에 따라 ‘평시’에 이미 외부 서치펌 회사들이 후보군을 관리하다 추천위에 추천하는 방식이라 ‘깜깜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BNK에 앞서 9월 2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우리금융도 11월 중 같은 방식으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BNK금융지주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현재 진행하는 경영승계 절차는 금융감독 지배구조 모범관행 가이드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임추위 위원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수시검사할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문재인정부 때도 시중은행 도이치 대출 많아” = BNK측은 ‘특혜대출’에 대해 일반 시중은행들도 더 많은 대출을 하고 있고 특히 윤 정부 때만이 아니라 문재인정부 때도 거래를 해 온 것을 근거로 “정상적인 대출”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도이치모터스 신용등급이 BBB+로 신용대출을 안 하면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이 금감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이치 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개 금융기관(저축은행 사모펀드 등은 하나로 묶음)들과 1조원 가량의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과 사모사채를 제외하면 산업은행이 1157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930억) 국민은행(781억) 순이다. 지난 8월 국회 농수산위에서 논란이 됐던 수협의 경우 648억원이고 부산은행은 184억원에 불과했다.
빈 회장의 정부 인수위 전문위원 참가도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것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구청장 후보 거론에 대해 빈 회장측은 “선거철되면 흔히 있는 정치권 권유가 있었지만 거절한 사안”이라며 “당적을 가진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빈 회장 거취에 대한 시각차가 감지된다.
지난 3일 부산 BNK금융 본사에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빈대인 회장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 해양수도권 육성을 위한 ‘해양수산부-BNK금융그룹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 장관은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친이재명’ 인사다. 두 사람이 악수하는 장면은 기존의 ‘빈대인 비토’ 시그널과는 반대 해석을 가능케 한다. 부산 여권에서는 당 안팎의 빈대인 공격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한홍 의원 등 국민의힘측에서 “관치 금융”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고 빈 회장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 BNK금융지주 전체에 대한 ‘음해’로 인식될 경우 부산시장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BNK 임추위는 향후 프레젠테이션 심사와 외부 전문가 면접을 거쳐 2차 후보군을 추릴 예정이다. 이후 심층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하고, 이사회의 의결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공식 회장을 선임한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