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전 대표, 미래에셋에 거액 소송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
“해킹 피해 … 50억 달라”
미래에셋 “실제피해 16억”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연쇄 해킹 사건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 전 대표는 미래에셋증권에 개설한 계좌가 해킹돼 현금과 주식 등 11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최근 해당 증권사를 상대로 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킹 사건은 배 전 대표가 2023년 10월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된 직후 벌어졌다. 배 전 대표의 개인정보를 미리 탈취한 해킹 조직은 그가 외부와의 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알뜰폰을 무단 개통했다. 이를 통해 배 전 대표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에 접속해 주식을 강제매각한 뒤 수십억원을 출금하려 시도했다. 다행히 자금인출 통로로 쓰인 다른 금융사가 이상 거래를 감지하고 계좌를 동결했지만, 이체된 자금 중 일부는 결국 회수되지 못했다.
배 전 대표는 이와 관련, 미래에셋증권측과 책임 범위와 배상금 산정 등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끝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전 대표는 계좌에서 매도된 주식의 당시 시가가 아닌 ‘현 시가’를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며 해킹 당한 현금과 주식 피해 총액을 110억원으로 보고 있다. 위변조로 발생한 금융사고는 금융사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110억원 중 이미 회수한 60억8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액을 배상할 것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사건 발생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배 전 대표 계좌에서 출금된 자금은 주식매각대금 39억3000만원과 현금 37억3000만원 등 총 76억6000만원이고, 이 가운데 60억8000만원이 회수된 만큼 실제 피해액은 15억8000만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당시 시가가 아닌 현재 시가로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법상 ‘특별손해’에 해당하는데 특별손해는 당사가 그 사정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만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현재 시가’를 주장하는 부분이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또 휴대폰 본인 인증과 정부시스템을 통한 신분증 진위확인, 1원 입금 등 3단계 인증을 모두 통과했고, 배 전 대표 본인의 다른 금융사 계좌로 자금이 이체된 후 타명의로 최종적 자산유출이 발생한 만큼 미래에셋증권의 책임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배 전 대표를 해킹한 조직 총책 전 모씨는 올해 4월 태국에서 검거돼 8월 국내로 강제송환됐고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