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옴니채널로 ‘경계 허문 성장’

2025-11-11 13:00:01 게재

온라인 편의성과 오프라인 체험 결합 … 충성 고객 확보 위한 ‘유통 대전환’ 가속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유통업계가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옴니채널은 ‘모든’(Omni)과 ‘유통경로’(Channel)의 합성어다.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모든 경로에서 일관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전략이다.

단순히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을 콘텐츠 중심의 체험 공간으로 바꾸고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를 결합하는 흐름이다.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유통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통업계 옴니채널 성장에 대해 “가격 경쟁만으로는 이커머스와의 차별화가 어렵다”며 “오프라인이 가진 체험 가치와 개인화 서비스를 결합해야 고객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성수(서울) 전경. CJ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으로 옴니채널 성공 사례 기업으로 꼽힌다. 사진 CJ올리브영 제공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이 오프라인 매장을 ‘콘텐츠 허브’로 재정의한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진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옴니채널 전략의 일환이다.

올리브영은 이르면 이달 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통합 매장 서비스 ‘올영매장’을 전면 개편한다. 기존 단순 위치검색과 재고 확인기능을 넘어, 매장별 콘텐츠와 개인화 정보를 결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개편의 중심은 ‘오프라인 매장의 콘텐츠화’다. 디자인 특화 매장 ‘올영명소’, 브랜드 협업 팝업스토어 등 체험형 매장을 단순 정보가 아닌 ‘방문할 만한 콘텐츠’로 제시한다. 고객은 앱에서 매장별 전시 콘셉트, 체험 공간, 이벤트 정보를 사전 확인하고 방문할 수 있다. 매장 방문 자체를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서비스 구조는 개인화 방향으로 재편된다. 고객위치 구매이력 관심매장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노출한다.

예컨대 픽업 주문 고객에게는 주문 준비 현황을, 관심매장을 등록한 고객에게는 해당 매장 최신 행사정보를 우선 제공한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인근 매장의 실시간 프로모션도 알려준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을 모두 이용하는 고객 비중은 2022년 34%에서 지난해 38%, 올해 40%까지 확대됐다. 앱 내 ‘올영매장’ 월간 이용자 수는 140만명을 돌파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다양한 옴니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올리브영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브랜드 경험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밝혔다.

◆식자재 유통도 ‘디지털 전환’ = CJ프레시웨이는 온라인 유통 사업을 확대하며 식자재 유통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온라인 유통 사업을 본격화한 이래, 오프라인 중심의 식자재 서비스를 온라인 플랫폼에 구현하며 B2B와 B2C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해 20여 개 온라인 채널에 식자재를 공급한다.

B2C 온라인 유통사업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7% 성장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배 증가했다.

자체 브랜드 ‘이츠웰’, ‘아이누리’ 등 가성비와 품질을 모두 갖춘 상품이 주효했다.

B2B 영역에선 외식업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 유통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연내 통합 플랫폼 ‘프레시엔(FreshEN)’을 공식 론칭한다.

프레시엔은 주문·결제·배송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거래 효율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높인다.

시장 내 소비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냉동과일 간식류 등 가정용제품이, B2B 플랫폼에선 피자치즈·닭다리살 등 조리용 식자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CJ프레시웨이가 독점 유통하는 ‘프라텔리 롱고바디’의 토마토홀, 올리브오일 등은 양 시장에서 모두 높은 판매를 기록 중이다.

CJ프레시웨이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상품 추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고객 유형별 구매 패턴을 분석해 최적 상품을 제안함으로써 재구매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옴니채널 역량은 선택이 아닌 필수 경쟁력”이라며 “스마트스토어와 프레시엔을 양축으로 디지털 식자재 유통 생태계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부터 26일까지 24일간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무신사 팝업 스토어에는 총 8만2000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시부야점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무신사 제공

◆K뷰티·패션 오프라인 확장 속도 = K뷰티와 패션 브랜드들도 온라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오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로 축적한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현지 체험 중심의 유통망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아마존 유기농 생리대 부문 1위로 출발한 라엘(Rael)은 월마트·월그린스 등 2만여매장에 입점했다.

스킨케어, 건강기능식품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웰니스존’을 구성해 오프라인 경험을 강화했다.

K뷰티 브랜드 티르티르(TIRTIR)는 미국 울타뷰티(Ulta Beauty) 400개 매장에 단독 매대를 구축했다.

‘마스크 핏 레드 쿠션’ 등 메이크업 라인을 중심으로 40가지 쉐이드를 운영하며 현지화 전략을 강화했다.

에이피알(APR)도 일본에서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등 옴니채널 구조가 본격 안착했다.

패션업계도 오프라인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무신사는 일본 도쿄 시부야 ‘마뗑킴’ 매장이 개장 4일 만에 매출 3억2000만원을 돌파했다. 무신사 상반기 오프라인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LF의 ‘던스트(Dunst)’는 뉴욕 프리미엄 백화점 입점으로 북미 매출을 전년 대비 70%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K브랜드가 단순 온라인 판매를 넘어, 현지 체험 기반의 신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전략을 병행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옴니채널을 ‘유통의 최종 진화 단계’로 평가한다.

가격경쟁 중심 과거 유통모델에서 벗어나 개인화·체험·데이터 기반 소비자 중심 생태계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이제 ‘채널’이 아니라 ‘경험’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한다”며 “옴니채널 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하느냐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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