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학부모 아이들·학교 위해 머리 맞대
용산구 ‘구청장과 함께하는 간담회’
지난해 5곳→올해 18개 학교 신청
‘학부모님께 구청장이 듣겠습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오산중·고를 비롯해 청파동 배문중·고, 서빙고동 한강중 등 지역 내 초·중·고교에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같은 현수막과 전자 게시판이 내걸렸다. 박희영 구청장이 각 학교를 찾아 학부모를 비롯해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아이들과 학업 환경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박 구청장은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논의하고 보호자 의견을 반영하려고 한다”며 “학부모가 아닌 주민으로서 궁금증과 제안도 들려주셨으면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구청장과 함께하는 학부모 간담회’다.
11일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7일 용산동 보성여중을 마지막으로 올해 하반기 학부모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9월 30일 이태원동 서울디지텍고를 시작으로 12개 학교가 참여했다. 상반기에 구청장을 만난 이태원초 한강초 등 6곳을 포함하면 모두 18개 학교다.
시작은 지난 2023년 중·고등학교 교장 면담이었다.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만남이었는데 지난해 5개 학교에서 공식 간담회를 요청했다. 학부모와 교사가 원하는 사업에 대한 의견을 듣고 각 학교가 안고 있는 현안을 논의하는 자체만으로도 호응이 컸다. 특수교육대상자 등을 위한 활동보조와 안전돌보미 지원처럼 간담회 결과가 신규 사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박희영 구청장은 “교사와 구 실무자 간담회에 이어 실무협의회를 꾸려 소통을 지속했더니 올해는 간담회를 희망하는 학교가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등 20명 안팎이 자리를 함께한다. 올해 74억2000여만원을 투입한 교육경비보조금에 대한 안내가 먼저다. 구는 행복한 학교 교육환경 조성 35억2000만원, 급식 29억2000만원, 미래교육지구 2억2000만원 등을 활용해 초·중·고교 34곳과 13개 유치원을 지원하고 있다. 인성 진로 디지털교육 등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찾아가는 공교육 특성화 프로그램’, 재능있는 학생을 집중 육성해 명문학교 기반을 마련하는 ‘학교 브랜드화 사업’도 포함된다.
학교별 지원사업과 교육정책 안내 이후에는 학부모들이 바라는 학교 안팎 교육환경 개선에 대해 논의한다. 사전에 학부모 제안을 받아 교육청 서울시 경찰 등 협력이 필요한 관계 기관 답변까지 미리 확보하고 현장에서 공유한다.
통학로 안전 확보와 학교 주변 환경 개선이 주를 이룬다. 통학로 보·차도 분리, 골목길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방음벽 교체 등이다. 대수선 공사비 지원, 인조잔디 설치 등 규모가 크고 교육청 지원이 필요한 사안도 기관끼리 협업 내용과 유사한 요구를 하는 학교들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간담회 현장에서 미처 공유하지 못한 내용은 각 학교가 위치한 지역 동장이나 실무협의회를 통해 다시 제안하고 건의하면 된다. ‘선배 학부모’인 구청장이 들려주는 조언에는 학부모도 교사도 고개를 끄덕인다. 서빙고동 주민 최 모(48)씨는 “아이가 셋이라 학교 간담회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세세하게 답변하고 추후 계획까지 들려주니 인상적이었다”며 “좀더 안심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간담회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학교·가정·지자체가 함께하는 공교육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됐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학교 교육환경을 개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