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원 이상 주가조작’ 최대 무기징역 선고

2025-11-11 13:00:25 게재

대법원 양형위, 증권범죄 양형기준 강화

자진신고, 수사협조 하면 감경 권고키로

사행성 범죄 양형범위↑…내년 3월 확정

시세조종이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등 증권범죄에 대해 범죄 금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거액의 범죄수익을 챙기고도 ‘솜방망이’ 처벌로 논란을 빚었던 주가조작 등 증시 교란 범죄에 대한 법원의 처벌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가조작, 부정공시는 말씀드린 대로 엄격히 처벌해서 주가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동원)는 지난 7일 제142차 회의를 열고 증권·금융범죄 및 사행성·게임물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으로, 범행 경위와 결과, 상습성, 피해 회복 여부 등 형량을 판단하는 ‘양형 인자’를 정하고 이에 따라 ‘감경’ ‘기본’ ‘가중’으로 형량 범위를 나눠 권고한다.

양형위는 증권범죄 가운데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에 대한 권고 형량범위를 높이기로 했다.

범죄로 인한 이득액 또는 회피 손실액이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경우 과거에는 5~9년(기본)·7~11년(가중)이던 형량 범위를 각각 5~10년·7~13년으로 늘렸다.

특히 이득액 또는 회피 손실액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7~11년(기본)·9~15년(가중)에서 7~12년·9~19년으로 권고 기준 상한을 올리기로 했다.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 권고하는 형량 범위의 상한을 절반까지 가중(가중영역의 특별조정)하는데, 가중영역 상한이 19년으로 상향돼 특별조정을 통해 법률 처단형 범위가 25년을 초과하게 돼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양형위는 “자본시장의 규모 확대에 따라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불공정거래를 저지르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형량 범위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범죄수익의 대부분을 소비하지 못한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범죄수익이 몰수·추징되거나 과징금을 납부한 경우만 형량을 깎을 수 있도록 엄격하게 바꾼다.

다만 자본시장법상 ‘리니언시(Leniency·자진 신고자 감면 제도)’ 제도를 감경·집행유예 사유로 삼아 수사·재판 과정에서 타인의 범죄를 밝히는 데 협조한 경우 자수한 것과 같이 감경 사유로 인정하기로 했다.

일반감경인자인 ‘범죄수익의 대부분을 소비하지 못하고 보유하지도 못한 경우’의 적용 범위는 축소했다. ‘벌금 납부’는 감경인자로 고려하지 않도록 한 현행 기준에 ‘몰수·추징’과 ‘과징금’까지 추가하면서다.

양형위는 금융범죄에 대해 법정형 변동이 없는 점과 평균 선고 형량 등을 고려해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수재 범죄의 특별감경인자인 ‘수사 개시 전 금품 기타 이익 반환’에서 ‘수사 개시 전’ 부분을 삭제해 사후적으로 이를 반환하는 경우에도 감경 사유로 반영한다.

형평에 맞는 양형을 위해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가 금융업무와 무관한 경우’를 특별감경인자로 추가해 집행유예 기준에 반영한다.

이와 별도로 불법 스포츠토토 등 사행성·게임물 범죄의 처벌 수위도 높였다.

양형위는 “무허가 카지노업의 법정형이 상향되고 최근 범람하는 홀덤펍 영업장 등에 대한 근절 필요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무허가·유사 카지노업의 기본 형량범위를 ‘징역 8월~1년6월’에서 ‘징역 10월~2년’으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형위는 “유사경륜·경정 등의 법정형이 상향된 점, 접근이 용이하고 중독성이 강한 온라인 도박사이트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해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유사경마·경륜·경정·스포츠토토의 기본 형량범위를 ‘징역 8월~2년’에서 ‘징역 10월~2년’으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양형위는 내년 1월 12일 회의에서 사행성·게임물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 자금세탁범죄 양형기준 설정안(권고 형량범위,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을 심의해 각 양형기준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를 양형기준 설정 대상 범죄로 추가해 심의할 예정이다.

양형위는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 조회 등을 거쳐 내년 3월 새 양형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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