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희 변호사의 이혼소송 이야기 (1)

싸우시려면, 요령껏 하셔야 합니다

2025-11-11 13:00:26 게재

이혼소송은 대체로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1) 혼인파탄의 경위 (2) 위자료 (3) 재산분할 (4) 친권·양육권·양육비. 보통 세 번 정도의 변론기일을 거쳐 종결되는데, 첫 기일에서는 주로 (1)과 (2), 즉 ‘누가 더 잘못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될수록 (3)과 (4), 즉 ‘돈’과 ‘아이’의 문제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다. 실제 판결문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부분 역시 재산분할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여전히 (1)과 (2)에 집착한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는 절규를 법원에 남기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한풀이’는 전략이 아니다.

판사도 사람이다. 감정으로 가득한 서면은 읽기 버겁다. 상대의 잘못을 열 번, 백 번 써 내려간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에 매몰된 주장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

최근 맡은 사건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상대방은 매 기일마다 100페이지가 넘는 서면을 제출했고, 재판부가 “이제 그만 제출해 달라”고 말할 정도였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제출하여 결국 상대는 패소하였다.

서면은 ‘논리의 디자인’이다. 법률문서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구조와 시선을 고려한 종합 예술이다. 어떤 문단을 위에 배치하고, 어떤 문장을 강조하며, 어떤 표현을 덜어내야 판사의 눈에 가장 자연스럽게 들어오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이혼소송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전장이다. 하지만 그 싸움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아무리 억울해도 법정은 ‘감정의 링’이 아니다. 설득의 무대다.

좋은 변호사는 의뢰인의 한을 대신 풀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한을 ‘법적으로 유효한 언어’로 번역해 주는 사람이다. 결국 이혼소송에서 이긴다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의뢰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싸우시려면, 요령껏 하셔야 합니다.”

노주희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