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농어촌기본소득 분담률 조정하지 않으면

2025-11-12 13:00:01 게재

정부가 내년부터 2년간 인구감소지역 전국 7개 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나선다. 이들 7개 군 주민들에게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삶의 질 만족도,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구조 변화 등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책효과를 조사·분석할 계획이다.

‘기본소득’이 지금 도마에 오른 배경에는 인공지능(AI)혁명이 있다. AI혁명이 어떠한 세상을 만들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지금껏 우리 인류가 겪었던 어떤 기술혁명보다 더 큰 충격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에서는 대체로 동의한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거대한 기술혁명을 만났을 때마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전망을 내놓았다. 기본소득은 기술이 발전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는 소득감소로 이어져 결국 사회는 붕괴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대책이다. 소비력을 상실한 인간에게 기본소득을 통해 소비력을 되돌려주자는 주장이다. 물론 지금껏 기술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공포가 엄습했지만 모두 양치기의 호들갑으로 끝났다. 문제는 진짜 늑대가 올 경우다.

이제 막 발을 뗐지만 벌써부터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일반적인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주장이다. 한쪽에선 근로의욕만 꺾고 재정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다른 한쪽에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소비를 촉진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한쪽에서는 ‘공산주의 아류’라고 공격하고, 다른쪽에서는 ‘공산주의를 막을 대책’이라고 반박한다.

누구의 말이 맞을지는 모른다. ‘보수’ 경제인을 자처하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기본소득을 넘어 기본고소득을 주장하는 세상이다. 그나마 현실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실험을 해봐야 한다. 이번 ‘농어촌 기본소득’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시범사업을 보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분담률을 40%로 결정했다. 도와 군이 나머지 60%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충남 청양군은 인구가 3만명이다. 이번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1년 540억원으로 현재 충남도는 10% 정도를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청양군이 270억원을 책임져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금액이다. 청양군의 나머지 독자사업은 사실상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라면 이번 실험결과는 기본소득도 돈 많은 지자체가 해야 한다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현실에 맞게 분담률을 재조정해야 한다.

윤여운 자치행정팀 기자

윤여운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