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 전투 앞장서는 야권인사들

2025-11-12 13:00:10 게재

한동훈·오세훈·박형준·이준석 등 ‘공격수’ 자처

내년 지방선거·재보선 앞두고 존재감 부각 효과

범보수 야권인사들이 대여 전투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던 광역단체장과 원외인사들까지 여권을 겨냥한 공세에 앞장서는 것. 내년 6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존재감 부각 효과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발언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검찰발 ‘항소 포기’ 논란이 터지자, 검사 출신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면에 적극 나섰다. 한 전 대표는 하루에도 수차례 SNS와 방송 출연을 통해 대여 공세를 펼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전 대표는 12일 “정성호 법무장관, 추미애 전 법무장관, 조 국 전 법무장관 중 누구라도 대장동 일당 불법 항소 취소에 대해 저와 국민 앞에서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지난 7일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자, 즉시 SNS에 ‘11월 8일 0시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는 글을 올리며 대여 공세를 개시했다. 보수원로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한 전 대표의 ‘항소 포기’ 대응과 관련 “한 전 대표의 기민한 판단과 부지런함이 만든 흐름 속에서 대중동원력까지 생기면 보수 재기의 길이 더 넓게 열릴 것”이라며 한 전 대표의 대응을 호평하기도 했다.

중앙정치에 대한 언급을 아끼던 박형준 부산시장도 12일 국민의힘 지방선거기획단과 시도 광역단체장 간 연석회의에 참석, ‘항소 포기’ 논란을 겨냥해 “최근 권력을 사유화한 세력에 의해 국가가 포획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에 자리를 모두 내준다면 국가 포획사태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는 전국단위 정치 선거인 만큼 민심의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 흐름을 잡는 데 우리 광역단체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례적인 항소 포기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수사기관이 자제를 위해 알아서 기었다는 취지로 말하는 것 자체가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라고 말하고 믿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고 힐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종묘 맞은편 재개발을 둘러싼 여권의 공세에 맞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김민석 총리까지 나서 종묘 맞은편 개발을 비판하자, 오 시장이 강하게 반격하는 것.

오 시장은 12일 연석회의에서 “정권과 민주당은 서울시정을 무도하게 공격하며 이른바 ‘오세훈 죽이기’에 본격 돌입했다”며 “여당은 물론이고 총리와 장관까지 나서서 서울시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전형적인 지방자치 업무에는 관여하면서, 정작 공조가 필요한 주택정책 결정 과정에는 거리낌 없이 서울시를 패싱한다”며 “정치적 계산으로 법과 지방자치를 흔들면 그 부메랑은 국민의 심판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범보수 야권인사들이 대여 전투에 앞다퉈 나서는 건 내년 6월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앞둔 포석이란 해석이다. 오 시장과 박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 뜻을 굳힌 상태다. 거대여권에 맞설 야권주자의 위상을 굳히기 위해 대여 투쟁에 더욱 앞장선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지방선거보다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에 더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또는 경기지사 출마를 거론하지만 한 전 대표는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대신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 뒤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경험을 쌓는 경로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겉으로는 “국민의힘과의 지방선거 연대는 절대 없다”고 강조했지만, 대여 투쟁에 적극 나서면서 국민의힘과의 ‘공통점’을 남겨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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