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발 ‘이재명 탄핵’…공포탄? 실탄?
장동혁 “국정조사와 특검 통해서 이재명을 탄핵”
국힘 107석으로는 탄핵안 의결커녕 발의도 못해
강성보수층 결집 효과 … “대선 불복” 비판 자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항소 포기’ 규탄 집회에서 “엉망으로 망가지는 대한민국을 구하는 방법은 딱 하나다. 이재명을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뿐이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서 이재명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책도 붙이지 않고 호칭하면서 탄핵을 언급한 것이다. 장 대표는 지난 8월 대표에 당선된 이후 수차례에 걸쳐 이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다. 지난 4일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는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장 대표의 탄핵 주장은 실제 추진과 성사를 염두에 둔 실탄일까, 아니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공포탄일까.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300명)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의결하려면 2/3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민의힘 의석수(107명)로는 의결은커녕 발의조차 어렵다.
물론 이론상으론 범여권 이탈표를 끌어내면 탄핵안 발의와 의결이 가능할 수 있다. 역대 탄핵안 가결도 야권 자력으로만 성사된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14일 실시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 투표에서 범야권(192표)은 국민의힘 이탈표(12표) 덕분에 의결 정족수(200표)를 넘길 수 있었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서도 여당 이탈표(62표)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의결 정족수를 여유 있게 넘겼다.
하지만 최근 정국 상황에서 범여권 이탈표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아직 높은 편이고, 당정 관계도 크게 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 대표의 탄핵 주장은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진단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면 장 대표는 왜 실현 가능성이 낮은 탄핵 카드를 걸핏하면 꺼내는 걸까. 우선 강성보수층 결집을 노린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강성보수층의 강력한 대여 투쟁력을 활용해 소수야당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장 대표가 강성보수층의 지지를 업으면 차기 대선 도전에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장 대표는 차기 대선 도전 의지를 굳히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장 대표가 실현 가능성이 낮은 탄핵을 자꾸 제기하면서 제1야당 메시지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도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이냐”는 ‘대선 불복’ 비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장 대표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한 이 대통령 탄핵’을 노골적으로 거론했다”며 “국민의힘은 국가적 난제를 외면한 채 오로지 대통령 흠집 내기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정을 흔들며 정치 에너지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민생을 살리는 데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