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노사 만나…원만한 해결 노력키로

2025-11-12 13:00:17 게재

노 "피해·신뢰회복 우선" … 사 "노조와 지속 대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최근 발생한 임직원 개인정보 노출 사태의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11일 만났다. 사태 이후 노사의 첫 만남으로 대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드러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1일 오후 존 림 대표가 박재성 상생지부 지부장과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면담은 사측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사측 관계자는 12일 “회사는 이번 면담에서 지부측의 요구사항을 성실히 청취했다. 다만 지부가 다수의 요구사항을 한꺼번에 제시해, 회사는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며 “지속적으로 상생지부와의 대화를 통해 원만히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의 입장에는 경계감이 컸다. 박재성 지부장은 12일 “대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일 수는 있지만 만남을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사태가 너무 커졌다. 한두가지 해법으로 봉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대표자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했고 회사도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회사측의 시간끌기가 될 것 같다”며 “노사 대화를 굳이 배척할 필요는 없지만 노조는 경계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이 상황은 경영진의 집단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다. 잘못한 게 있으면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냥 돈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피해회복과 신뢰회복이 먼저”라고 말했다. 노조는 12일 오후 회사측에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박 지부장은 “돈으로 설득할 수 없다. 직원들이 매우 격앙돼 있다”며 “공문에는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경영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건부 거래를 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만남에 앞서 상생노조는 임직원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해 11일 오전 인천 연수경찰서에 임원 A씨를 업무방해, 특수건조물침입,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인사팀 공용 폴더가 전체 직원에게 공개된 상태로 설정돼 인사평가, 승격 관련 비공개 자료와 일부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됐다.

당시 노출된 자료 중에는 저성과자 리스트나 하위평가 비율 확대를 추진하려 한 사실 등 민감한 내용이 다수 있었다. 노조는 이를 회사에 알렸으나 A씨와 보안요원 등이 노조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PC 3대를 가져가려 했고, 이후 네트워크를 강제로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의 개인정보가 열람 권한이 없는 일부 직원에게 노출된 사태와 관련해 “심각한 노동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는 입장문에서 “삼성바이오 노조는 사측이 사내 마음건강센터 상담 기록을 인사 불이익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이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해 내밀한 개인정보까지 활용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개인정보 보안 문제를 넘어 비대칭적 정보 권력을 악용한 기업의 노동권 침해다. 삼성바이오에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개인정보가 인사 관리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국회는 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광·한남진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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