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검찰 혼란 지속
노만석 총장 대행 사퇴 요구에 출근길 묵묵부답
검찰청 폐지 앞두고 검찰총장 최장 공백이어져
사퇴하면 초유의 검찰총장 ‘대행의 대행 체제’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포기 결정 여파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침묵을 지키면서 검찰의 내부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노만석 총장 대행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출근하면서 ‘용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노 대행은 ‘이진수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 관련 언급을 들었냐’는 질문에도 침묵을 지킨 채 청사로 들어갔다. 그는 전날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하루 연가를 내고 자택에서 거취표명 등을 숙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 이후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결정 다음날(8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퇴했고 대장동 사건 수사를 이끈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항소포기 경위를 상세히 밝히며 “법무부의 반대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노 대행은 검찰의 항소 포기 이틀 만인 9일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 의견도 참고한 후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즉각 정진우 중앙지검장이 “중앙지검의 의견은 다르다”고 반박하며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게다가 항소포기 결정 5일이 지난 지금까지 대검이 어떤 법리적 근거로 항소포기를 지시했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윗선 개입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전국 검사장 18명과 지청장, 검찰연구관, 초임검사, 법무연수원 교수 등은 항소포기 경위와 구체적 근거를 추가설명하라며 집단반발했다.
노 대행은 대검 과장 및 연구관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시간을 달라”며 “나는 (자리에) 욕심이 없다”고 자진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장들은 항소 포기 이후 전날까지 직접 연락을 취했으나 노 대행은 별다른 회신 없이 자택에서 숙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노 대행이 거취 관련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당분간 정치권은 물론 조직 내부의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검찰청 폐지 등 검찰 개혁 방안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 조직의 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검찰청 폐지에 따른 공소청 신설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을 마련하는 가운데 검찰 의견을 종합하고 전달하는 창구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 3대 특검에 110명이 넘는 검사가 파견돼 전국 검찰청에 과부하가 걸린 데다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의혹을 수사할 상설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는 등 검찰 지휘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어서 노 대행의 거취에 더욱 관심을 끈다.
이재명정부가 신임 검찰총장 인선을 미루면서 검찰은 총장 최장기 공백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11월 12일은 심우정 전 총장이 퇴임한 지 133일째다. 윤석열정부 초기에 이원석 총장이 임명되기 전까지 이어진 역대 최장 공백 기간과 같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후 총장 임명까지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이 필요해, 연말까지 검찰총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편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노 대행과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 정성호 장관, 이진수 차관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성남시도 대장동 사건 부당이득 환수가 어려워졌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 의사를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