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내년 건전성·수익성 악화 가능성”
금융연구원, 2026년 경제·금융전망
생산적 금융, 재무안정성에는 부정적
내년도 은행권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소기업을 비롯한 생산적 금융에 대한 투자와 대출을 늘릴 것을 요구하면서 재무안정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위원은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6년 경제·금융전망 세니마에서 “2022년 이후 악화하고 있는 국내은행 건전성은 향후 더딘 경기회복과 일부 산업 구조조정 문제가 겹치면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그러면서 “자본적정성은 위험가중자산(RWA) 하한 규제가 올해 60%에서 내년부터 65%로 상향 적용돼 자기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위험가중자산 비중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회수가능성 등의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둬 평가한다. 이를 통해 자산과 자본의 건전성을 평가하고, 이는 다시 대출과 투자 등 자산운용이나 주주환원을 비롯한 이익분배 등의 준거로도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이다. 따라서 은행권이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수록 각종 규제를 받을 수있다.
김 위원은 특히 현 정부가 권고하고, 주요 시중은행이 100조원 이상씩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에 대한 과제도 제기했다. 그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에서 기업대출 확대와 재무안전성 유지의 균형이 과제”라며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면 적정 연체율과 자본비율 등 재무안정성 확보가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기업 대출이 압도적인 IBK기업은행의 연체율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5%,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95%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기업은행과 관련 “중기대출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일반은행 평균(0.42%) 대비 높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 대출에 특화된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점도 있지만 일반은행에 비해 3배 이상 높다는 점은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은행권 대출에서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은행권 연체율은 기업대출(0.8%)이 가계대출(0.5%)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김 위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기존 경영전략의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빠른 증가세가 예상되는 연금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비이자이익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며 “해외진출 전략은 네트워크 및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위해 기존 소규모·점진적 진출에서 벗어나 투자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