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김건희 ‘명품 수수’ 의혹 철저한 수사를

2025-11-13 13:00:01 게재

껍질을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 같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 얘기다. 이번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부인이 전달한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이 나왔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지난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다.

당초 특검이 찾으려던 건 인테리어업체 21그램 대표의 부인이 관저 공사 수주 대가로 건넨 것으로 의심하는 ‘디올’ 제품들이었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디올 브랜드의 재킷 16벌과 벨트 7개, 팔찌 4개를 확보했는데 김 의원의 배우자가 선물한 100만원대의 클러치백과 축하카드도 발견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되도록 도와준 대가로 해당 백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샤넬, 디올 이어 로저비비에까지

사실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2023년 11월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는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인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건네는 영상을 폭로해 논란이 일었다. 파장이 커진 후에도 한동안 뭉개다가 2024년 총선 직전에서야 윤 전 대통령은 “아내가 박절하지 못해 돌려주지 못하고 받았다”며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대통령경호처 소속 보안시설에서 김 여사를 비공개로 한차례 조사한 후 무혐의 처분했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전달할 당시 “다른 접견자들도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접견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정황으로 보면 그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

특검이 출범하고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후 명품 수수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특검팀은 우선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6000만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2개를 받은 의혹을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재판 과정에서 실물까지 확보했다.

김 여사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6000만원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등 고가의 귀금속을 받은 혐의도 드러났다. 이 회장은 맏사위인 검사출신 박성근 변호사의 공직 임용 청탁과 함께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자수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로봇개 사업자인 서성빈씨로부터 5000만원대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씨가 시계를 선물한 2022년 8월 대통령경호처는 서씨의 회사와 로봇개 임차 수의계약을 맺었는데 서씨는 김 여사로부터 대통령실 수석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1억원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받고 그의 공천과 공직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총선에서 경남 창원 의창구에 출마했는데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됐으나 넉달 뒤 국가정보원 법률 특보에 임명됐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는 인사청탁과 함께 금거북이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복제품 등을 받은 의혹이 불거졌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지 김 여사의 행태를 봤을 때 더 많은 청탁과 금품이 오갔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초코파이 하나 먹어도 기소되는데

국민을 더 화나게 하는 건 김 여사와 관련자들의 해명이다. 재판에서 통일교측 선물을 전달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실물까지 등장하자 김 여사는 마지 못해 샤넬백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탁이나 대가관계는 없었다고 강변했다.

이배용 전 위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금거북이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 당선 축하’ 선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김기현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저들에게는 기백만원짜리 명품도 그저 예의 차원에서 부담없이 주고받아도 되는 것인가. 언제까지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어야 하는가.

지난해 회사 냉장고에서 400원짜리 초코파이와 640원짜리 커스터드를 꺼내 먹은 한 보안업체 직원은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몇해 전에는 승차요금 24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를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단돈 몇 천원으로 이렇게 처벌을 받는데 수백 수천만원의 명품을 주고받고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면 그건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특검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한 처벌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이선우 기획특집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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