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해운·조선산업에 드리운 불확실성

2025-11-13 13:00:34 게재

요즘 한국의 해운·조선업계에서는 “기다리며 지켜보자(Wait and See)”는 말이 계속 나온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 우리 해운·조선산업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연초부터 선박 신조를 검토하며 국내와 일본 조선소를 접촉하던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11월 5일까지 제출하기로 한 미국의 해양행동계획이 나오지 않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해양전략이 확정되지 않자 ‘기다림의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조선·해운산업을 견제하는 것은 한국 조선·해운에는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요인이니까 미국의 해양행동계획이나 해양전략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며 지켜보면 되지만 실질적으로 친환경 선박 선대구성이나 미국 항로 운영을 계획하는 선사 입장에서는 향후 미국의 규제방향을 예측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해운업계에서 ‘기다리며 지켜보자’는 말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오염물질 배출규제와 탄소중립 목표에 대응한 선박교체나 새로운 선박 건조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며 등장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적선사가 보유한 118척의 컨테이너 선박은 탄소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2033년까지 60%에 해당하는 105척을 교체하거나 2032년에서 2036년 사이에 109척의 선박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연료를 도입하면 2035년에서 2040년 사이에 집중 교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해운협회는 올해 2월 협회 회장단과 한국해양진흥공사 간담회에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대체건조로 선박금융 수요가 2030년 약 60조원, 2040년 약 100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탄소배출 규제가 언제 어떻게 시행될지에 따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투자시기가 변하면서 금융비용 등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국제해사기구의 탄소중립 이행조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투자도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 탄소중립 이행조치가 지연되면서 선박교체수요에 따른 수주예측이나 조선소 운영을 계획하기가 어려워졌다. 미국과 합의한 ‘마스가’(미국조선산업 부흥) 프로젝트도 한미 양국의 양해각서(MOU) 문안 확정이 늦춰지면서 1500억달러 투자금을 누가 어떻게 조성해서 어디에 투자할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했지만 마찬가지다.

경영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다리며 지켜보자”는 말이 합리적 행동양식일 수도 있을까. 이래저래 어려운 시절이다.

정연근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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