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목 참사서상 : 인터뷰 | 김지혜 서울도서관 독서문화과장

도서관에서 시민과 사서 함께 성장하다

2025-11-13 13:00:02 게재

시민들 긍정적 반응으로 예산 및 운영 확대 … 시민들 삶에 미치는 도서관 영향 평가

이병목 참사서상은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지낸 이병목 선생의 뜻에 따라 도서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도서관의 사명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 우수한 참사서를 발굴해 표창과 포상으로 그 공적을 치하하는 상이다. 올해 10월 이병목 참사서상 수상자에 선정된 김지혜 서울도서관 독서문화과장을 11일 서울도서관에서 만났다. 김 과장은 서울시 대표도서관인 서울도서관의 2012년 개관부터 함께하며 민관 협력 체계 구축, 평가제도 개선 등을 도모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사서들이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서울야외도서관에서는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 빈백소파 등을 함께 정리해 주기도 합니다. 이는 실내 도서관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그 혜택을 받는 시민들이 행동으로 호응해 주는 경험은 사서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시민들의 이런 자발적 참여가 바로 서울야외도서관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김지혜 서울도서관 과장은 서울야외도서관을 이렇게 소개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의 일을 돕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울야외도서관의 성격은 분명하다. 열린 공간에서 시민이 주체가 되고 사서가 그 안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함께 만드는 도서관’이다.

김지혜 서울도서관 독서문화과장. 사진 이의종

◆“좋은 반응 바탕으로 일에 몰입” = 서울야외도서관은 코로나19 이후 도심 속 잔디밭이 다시 열리던 2022년 서울광장에서 처음 시작됐다. 책이 있는 공간을 실내에서 야외로 확장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이후 광화문광장과 청계천으로 확대되며 이제는 1년에 200일 가까이 운영되는 서울의 대표 독서문화 정책이 됐다.

김 과장은 “도서관 안에서는 이용자의 반응을 직접 느끼기 어렵지만 야외도서관에서는 시민들이 바로 반응을 주고 그걸 듣는 사서들은 자신들의 일이 시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즉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반응이 계속 되니 사서들이 일에 더 몰입하게 된다”며 “불편이나 요구가 상당수인 실내 도서관과 달리 야외도서관 소셜미디어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홍보나 칭찬 감탄 등 긍정적 반응이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운영의 성과에 대해 그는 “도서관의 지속가능성은 시민의 수요에서 나온다는 걸 확인했다”며 “시민들의 반응이 정책결정자들에게도 전달돼 예산과 운영 확대의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야외도서관은 3년 연속 ‘시민이 뽑은 서울시 10대 뉴스’ 상위권에 올랐다.

◆“지식축제에서 시민축제로” … 외연 확장 = 김 과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서울북페스티벌과 서울지식이음축제를 기획하며 도서관의 다양한 축제 모형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그는 “서울북페스티벌이 축제 진행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사서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서울지식이음축제는 외부 각 분야와의 연결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도서관 외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서울야외도서관도 축제의 연장선에 있다.

김 과장은 “서울야외도서관은 도서관 공동체, 즉 조직 내부 중심의 서울북페스티벌과 외부 중심의 서울지식이음축제를 바탕으로 진화한 균형 모형”이라면서 “서울야외도서관은 시민에게 열린 장이면서 사서들이 그 안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새롭게 발견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2일 서울야외도서관을 만든 서울도서관 독서문화진흥과 사서들. 사진 서울도서관 제공

◆현장 반영한 사례 중심 평가 = 서울도서관은 ‘공공도서관 운영평가’와 ‘공공도서관 서비스 성과조사’ 등 2개의 축으로 서울시 내 구립 공공도서관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대표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이다.

김 과장은 “평가는 줄 세우기가 아니라 도서관 서비스의 향상을 위한 방향을 찾는 과정”이라면서 “‘공공도서관 운영평가’의 경우, 장서나 예산 등 이미 어느 정도 고정돼 있는 정량 지표만으로는 현장의 다양한 정책이나 사업 등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울도서관은 재량 지표를 정성 지표로 만들고 도서관이 추진하는 정책이나 사업 등을 반영해 사례 중심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시민이 느끼는 혜택은 ‘공공도서관 서비스 성과조사’를 통해 파악하고자 하며 도서관이 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과장은 서울도서관 내에서 사서 고용실태조사와 감정노동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는 실무를 주도했다. 또한 서울도서관 개관 초창기 노동조합을 만들며 서울도서관 사서 권익 향상에 앞장서기도 했다. 김 과장은 “그때는 초기 조직에서 발생하는 갈등, 근무 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컸다”고 말했다.

◆“참사서들의 실험이 미래 만들어” = 서울도서관은 개관 이래 전국 광역대표도서관 가운데 가장 먼저 실질적인 조직 모형을 구축한 도서관이다.

김 과장은 “도서관법 개정으로 광역대표도서관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그 역할을 실체화한 곳은 서울도서관이 처음”이라며 “서울도서관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든 모델이 지금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정부가 참고하는 표준이 됐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서울도서관은 새로운 조직 모형 속에서 변화가 많은 정책 환경에 대응하며 도전정신으로 씩씩하게 일해 온 젊은 사서들이 만들어 왔고 이들은 미래의 참사서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감각과 유연함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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