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채찍·당근으로 공직사회 줄 세우나
내란 조사 TF 구성 다음날 특별포상·정책감사 폐지 등 유화책 발표
공직사회 술렁 … “리더 따라 공무원 달라진다는 태권브이론 어디 갔나”
12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그간 대통령실 내에서 가동해 오던 ‘공직사회 활력 제도 TF’의 성과를 발표했다.
성과의 주요 내용은 △감사원 정책 감사 폐지 △직권남용죄 신중 수사 △재난·안전 분야 처우개선 △정부 당직 전면 개편 △우수공무원 인센티브 확대 등 5개 분야로 이뤄졌다.
강 실장은 특히 “올해 안에 감사 사무처리규칙을 개정하고, 내년 상반기엔 감사원법을 개정해 정책감사 폐지를 제도화하겠다”며 “공직사회에 만연한 감사 공포를 제거하고,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무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방안도 제시됐다. 재난·안전 분야 공무원의 수당을 2배로 확대하고, 군 초급간부 기본급은 6.6% 인상한다. 미래준비적금도 도입해 이를 위한 예산 1304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내용만 보면 공직사회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관가에선 시큰둥한 반응이 나왔다. 내란 가담 공직자들을 조사하기 위한 대대적인 TF 구성이 공지된 바로 다음 날 나온 조치이기 때문이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언제는 로봇 태권브이 이야기하며 조종하는 리더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냐. 그 태권브이론은 어디 간 거냐”면서 “전 공무원 대상 조사라면 실무자들도 싹 다 내란 가담자 조사의 대상이 된다는 뜻인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일을 하고 싶겠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직업 공무원들은 지휘자, 인사권자에 따라서 움직이게 돼 있다”면서 “공직 사회는 로봇 태권브이 비슷해서 (중략) 조정관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사회에 대해 영혼이 없다, 해바라기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비난하면 안 된다”면서 “결국은 최종 인사권자, 지휘자가 시키는 대로 한 거다. 어쩌면 비난받는 그들도 억울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다른 부처 관계자는 “병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고 전날 분위기하고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게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인 거냐”고 말하기도 했다.
공직사회 활력 제고책의 발표 시점이 전날 TF 구성과 관련해 가시화된 공직사회 동요를 잠재우기용이냐는 관측에 대통령실은 “진행되던 사안을 발표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강 실장은 지난 7월 공직사회 활력제고와 관련된 이 대통령 지시를 공개하며 다섯 가지 주요 추진 과제를 제시하고 100일 이내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관가의 술렁임은 이대로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에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의 공무원 개개인의 핸드폰 포렌식 조사 계획이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총리실이 관련 내용을 수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총리실은 12일 밤 배포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추진 계획’ 수정 배포안에서 포렌식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김형선·김신일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