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채찍·당근으로 공직사회 줄 세우나

2025-11-13 13:00:27 게재

내란 조사 TF 구성 다음날 특별포상·정책감사 폐지 등 유화책 발표

공직사회 술렁 … “리더 따라 공무원 달라진다는 태권브이론 어디 갔나”

강훈식 비서실장, 공직역량강화 브리핑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공직 활력 제고 추진 성과 및 공직 역량 강화 향후 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대통령실이 ‘채찍과 당근’ 강온 양면 전략을 쓰며 공직사회 줄 세우기에 나섰다. 전부처 공직자들을 상대로 12.3 비상계엄 전후로 내란 가담 행위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태스크포스)’ 구성을 밝히며 채찍을 들었다면, 바로 다음 날에는 ‘공직사회 활력제고’라는 당근을 꺼내들었다. 관가에선 “이게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냐”며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12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그간 대통령실 내에서 가동해 오던 ‘공직사회 활력 제도 TF’의 성과를 발표했다.

성과의 주요 내용은 △감사원 정책 감사 폐지 △직권남용죄 신중 수사 △재난·안전 분야 처우개선 △정부 당직 전면 개편 △우수공무원 인센티브 확대 등 5개 분야로 이뤄졌다.

강 실장은 특히 “올해 안에 감사 사무처리규칙을 개정하고, 내년 상반기엔 감사원법을 개정해 정책감사 폐지를 제도화하겠다”며 “공직사회에 만연한 감사 공포를 제거하고,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무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방안도 제시됐다. 재난·안전 분야 공무원의 수당을 2배로 확대하고, 군 초급간부 기본급은 6.6% 인상한다. 미래준비적금도 도입해 이를 위한 예산 1304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내용만 보면 공직사회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관가에선 시큰둥한 반응이 나왔다. 내란 가담 공직자들을 조사하기 위한 대대적인 TF 구성이 공지된 바로 다음 날 나온 조치이기 때문이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언제는 로봇 태권브이 이야기하며 조종하는 리더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냐. 그 태권브이론은 어디 간 거냐”면서 “전 공무원 대상 조사라면 실무자들도 싹 다 내란 가담자 조사의 대상이 된다는 뜻인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일을 하고 싶겠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직업 공무원들은 지휘자, 인사권자에 따라서 움직이게 돼 있다”면서 “공직 사회는 로봇 태권브이 비슷해서 (중략) 조정관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사회에 대해 영혼이 없다, 해바라기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비난하면 안 된다”면서 “결국은 최종 인사권자, 지휘자가 시키는 대로 한 거다. 어쩌면 비난받는 그들도 억울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다른 부처 관계자는 “병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고 전날 분위기하고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게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인 거냐”고 말하기도 했다.

공직사회 활력 제고책의 발표 시점이 전날 TF 구성과 관련해 가시화된 공직사회 동요를 잠재우기용이냐는 관측에 대통령실은 “진행되던 사안을 발표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강 실장은 지난 7월 공직사회 활력제고와 관련된 이 대통령 지시를 공개하며 다섯 가지 주요 추진 과제를 제시하고 100일 이내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관가의 술렁임은 이대로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에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의 공무원 개개인의 핸드폰 포렌식 조사 계획이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총리실이 관련 내용을 수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총리실은 12일 밤 배포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추진 계획’ 수정 배포안에서 포렌식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김형선·김신일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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