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뇌부 공백 ‘원포인트’ 인사하나
대장동 항소 포기로 노만석 사의
대검 차장에 구자현·이종혁 물망
서울중앙지검장 김태훈 등 거론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찰청 차장검사)이 사의를 밝히면서 검찰총장에 이어 대검 차장검사도 공석이 됐다. 지난 7월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총장 최장 공석 133일이라는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대검 차장검사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의 여파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29기)에 이어 노 대행이 전날 사의를 밝히면서 후속 인사를 통해 봉합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우선 검찰총장 대행직은 대검 부장 중 서열상 선임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31기)이 물려받게 된다.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한 것이다.
다만 검찰 전례를 볼 때 대검 차장 자리를 채우는 신속한 후속 인사로 봉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혼란에 휩싸인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고 여론을 다독이며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구심적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누가 검찰을 이끌 대검 차장을 맡든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조직 내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추는 중책을 맡게 돼 험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검 차장은 검찰총장과 달리 인사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 현직에서 전보 이동시키면 된다.
고검장급인 이진수 법무부 차관을 제외하고 현재 고검장은 3명이 있으며 이들 중 한 명이 보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군은 구자현 서울고검장(29기), 송강 광주고검장(29기), 이종혁 부산고검장(30기)이다.
구자현 고검장은 문재인정부 시절에 중앙지검 3차장을 지내고 검사장으로 승진해 검찰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았다. 대표적 기획통이며 문 정부 초기에 법무부 탈검찰화를 논의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직속 법무·검찰개혁단장을 역임해 ‘검찰개혁’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추미애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이었다.
송강 고검장은 대검 공안 3·2·1과장을 차례로 지낸 대표적 공안통이자 기획통이다. 지난 윤석열정부에서 대검 기조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았다.
이종혁 고검장은 대검 형사2과장과 감찰2과장, 중앙지검 형사4부장, 법무연수원 교수, 부천지청 차장, 안산지청장 등을 거쳤고 검사장으로 승진해 서울고검 차장, 광주지검장을 지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이고 중요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검을 이끄는 중앙지검장 역시 조만간 새로 보임될 가능성이 있다. 통상 검사장급 승진 인사 때 열리는 검찰인사위원회 없이 기존 검사장급의 전보 배치가 예상된다.
이번 사태 진행 과정에서 전국 검사장급(지검장 및 고검 차장) 가운데 ‘경위 설명’ 입장문에 서명하지 않은 검사장은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둘 다 30기) 두명이다.
중앙지검 4차장을 지낸 김태훈 남부지검장의 중앙지검장 전보가 상대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검찰과 근무를 거쳐 문재인 정부 시절 대검 정책기획과장, 법무부 검찰과장을 지냈다.
다만 중앙지검장 역시 논란 원인이 된 ‘항소 포기’ 대장동 본류 사건의 공소 유지 등 각종 민감 사건을 지휘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공석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에 일선 검찰청에서 대거 반발이 일어난 점을 들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원포인트’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검사장급 후속 인사가 뒤따라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