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들 국가배상 폭넓게 인정

2025-11-13 11:40:07 게재

쟁점은 1975년 이전 수용 기간 인정 여부

2심 “국가 직·간접 개입 입증 부족” 판단

대법, 파기환송 … “직·간접적 개입 판단”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됐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1975년 이전에도 형제복지원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폭넓게 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됐던 피해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1975년 이전 강제수용 기간 인정 여부다.

서울고등법원은 2심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형제복지원 수용 피해 사건의 경위를 상세하게 적시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내용 만으로는 5명의 원고들이 1975년 이전에 강제수용이 될 당시에도 국가가 일련의 국가작용을 통하여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1975년 이전의 수용기간도 위자료 산정에 참작하여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같은 2심 판결에 대해 피해자와 국가 쌍방이 상고했다. 국가는 원고 26명 전원에 대해 상고했으나, 원고는 26명 중 5명만 상고하고 나머지 21명은 상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무부가 지난 8월 상고를 취하함에 따라 이번 대법원 재판에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주장에 대한 심리만 하게 됐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것에 관하여 피고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 그 부분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훈령 발령 전 있었던 원고들에 대한 단속 및 강제수용에 관하여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는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해왔고, 이러한 기조는 이 사건 훈령 발령으로 이어졌다”며 “피고는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부랑아 단속 및 수용조치를 이 사건 훈령 제정을 통해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 일제 단속을 시행, 1970년 한 해 동안 단속된 부랑인은 5200명에 달하는데 그 중 귀가 조치된 2956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보호시설에 수용됐다. 부산시는 이후에도 1974년까지 여러 차례 부랑인 일제 단속을 시행하였는데, 1973년 8월 그와 관련한 지침을 마련하여 구청 등에 하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은 피고의 부랑아 정책과 그 집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형제복지원 수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산정 기준이 되는 강제수용 기간 인정 범위에 대한 기준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 제정된 내무부 훈령과 부산시, 형제복지원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에 따라 3만 8000여명이 강제 수용돼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를 당해 65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이다. 현재 법원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652명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 111건 재판이 접수돼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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