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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다니가 뉴욕 청년들을 사로잡은 이유

2025-11-14 13:00:01 게재

뉴욕시는 인구 850만여명이 살고 있는 미국 최대 도시다.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이자 미국 안팎을 아울러 오늘날 미국의 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11월 4일, ‘트럼프 시대는 여기서 끝’이라고 당선 일성을 날린 민주당 후보 조란 맘다니가 이 도시의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최근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다양한 대내외 정책으로 연이은 충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취임하자마자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를 향해 관세를 올리라고 일방적인 압박을 시작한 트럼프정부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조선업 등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급기야 지난 9월 초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 수백명을 체포·구금해서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반면, 맘다니는 최근 미국정치의 또 다른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무슬림, 34살, 민주사회주의자, 반트럼프주의자. 맘다니를 설명하는 키워드들이다. 긴밀한 한미관계 속에서 대외정책을 해 나갈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맘다니로 상징되는 미국정치의 또 다른 변화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의 의미

맘다니는 이슬람교인이다. 맘다니 이전에도 이슬람교인인 선출 공직자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미국 사회의 기독교 근본주의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미국 최대 도시의 시장으로 이슬람교인인 맘다니가 당선되었기 때문에 그의 종교도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력인 마가(MAGA)의 핵심 그룹은 ‘미국이 개신교의 나라여야 한다’고 믿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다. 맘다니의 당선으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트럼프 대 종교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뉴욕 시민의 선택을 받은 이슬람교인 시장이라는 선명한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맘다니는 2018년에서야 미국 국적을 취득한 이민자 출신 미국인이다. 그는 우간다에서 태어나 7살에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해 성장했다.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반이민(자)정책은 트럼프정부를 상징하는 핵심정책이자 마가의 핵심이념이다. 트럼프가 ‘미국은 백인들의 나라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반면, 맘다니는 ‘미국은 다양한 이민자들의 나라였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믿는 미국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다. 역시 이 부분에서도 트럼프와 맘다니는 선명한 대척점에 서 있다.

맘다니는 자신의 정치지향을 ‘민주사회주의자’라고 밝힌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은 미국정치에서 주류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세력이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이라는 단체는 1982년에 창립되었고, 미국 사회주의자들은 20세기 초반부터의 역사를 축적해 왔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헬렌 켈러도 유명한 미국 사회주의자 그룹의 일원이었다. 민주사회주의자 그룹은 버니 샌더스처럼 무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미국 민주당 내부의 계파를 형성해 활동하며 민주당 예비경선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민 의료보험’이나 ‘그린뉴딜’ 등 민주사회주의자 그룹의 핵심 정책을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더 나아가 민주당 전체를 ‘급진 좌파’ ‘사회주의자’로 비판하고 ‘반미국세력’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당화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반미국세력’의 핵심 인물이 미국 최대 도시의 시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맘다니는 올해 34살이고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 2025년 뉴욕시장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18~29세 투표율은 35.2%로, 2021년 17.9%에 비해 2배 증가했다. 민주당 예비경선에 참여했던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이었다. 뉴욕시장 본 선거를 위해 신규로 등록한 유권자의 67.3%가 29세 이하 연령층이었고, 역시 기록적인 투표율로 선거에 참여했다. 출구 조사 결과 29세 이하 유권자의 78%가 맘다니를 지지했다. 뉴욕 청년들의 지지는 맘다니의 당선을 만들어낸 결정적 요소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뉴욕시 기성세대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냐면 그건 아니다. 뉴욕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올해 뉴욕시장 선거 경쟁 구도도 맘다니와 트럼프 지지 세력 간 경쟁이 아니라 민주당 공식 후보 맘다니와 민주당 경선에서 맘다니에게 패배한 뒤에 승복하지 않고 본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출신 쿠오모 전 뉴욕주 주지사의 경쟁이었다. 맘다니는 미국 민주당에 실망해서 그동안 투표를 포기했거나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던 젊은 시민들의 표심을 다시 민주당으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당선에 성공한 것이다.

젊은 층 인기 많지만 풋내기 정치인 아냐

34살 맘다니는 젊다. 하지만 젊음만으로 청년들의 인기를 추구해 온 풋내기 정치인이 아니다. 그의 정치이력은 2019년 뉴욕시 선거법 개정 운동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민자 인권보호운동을 펼치던 풀뿌리 활동가였고 랩으로 자신의 사회적 지향을 알린 문화예술인이기도 했던 그는 2019년 뉴욕시 예비선거와 보궐선거에 순위투표제(RCV) 도입을 주장하는 정치개혁운동에서 청년층 조직화를 담당했다. 정당 예비선거에 순위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왜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개혁인지를 설득했고, 당시 이 운동은 결국 뉴욕시 주민투표로, 그리고 제도개혁으로 이어졌다.

2020년 뉴욕주 하원의원 당선 때 맘다니는 29살이었다. 당시 맘다니의 당내 경쟁자는 5번 연이어 당선된 10년 경력의 지역 정가 유력 정치인이었다. 무명의 정치신인 맘다니는 그를 이겨 본선에 도전했고 당선되었다. 당시 캠페인 슬로건 ‘모두를 위한 집(Homes for All)’ ‘이윤보다 사람(People Over Profit)’은 2025년 뉴욕시장 선거 캠페인의 핵심 슬로건으로 이어질 만큼 준비되어 있었다. 캠페인을 함께 했던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도 2025년 그의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에서 정책을 길어 올리는 캠페인 방법도 이때부터 시도된 것이다.

감당 가능한 집과 대중교통 이용권 보장이라는 맘다니의 정책 목표는 뉴욕주 하원의원 재직 당시 의정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그는 세입자에게 합당한 사유 없이 퇴거를 요구할 수 없도록 보호하고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법안 발의 및 통과를 위한 캠페인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결국 그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법안 캠페인에 함께 했던 세입자들은 2025년 뉴욕시장 선거 캠페인에서 맘다니의 자원봉사자로 함께 했다. 또 무상 버스 캠페인을 추진했고, 5개 노선 시범 사업을 이끌어 냈으며, 시범 사업 성과를 지켜본 시민들은 2025년 뉴욕시장 선거에서 맘다니의 무상 버스 공약을 지지해 주었다.

발로 뛰어다니며 시민 고통을 정책화

맘다니가 미국 민주당에 냉소적이던 뉴욕 청년들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낸 힘은 단순히 젊음을 앞세운 이미지 정치가 아니라, 민주사회주의라는 이념지향을 집과 대중교통 의료보험 등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만들어내고 이해당사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던 실천력이었다.

미국 민주당 기성세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집세와 살인적인 물가로 인한 뉴욕 시민들의 고통에 둔감하거나 외면할 때 맘다니는 발로 뛰며 뉴욕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로부터 정책을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하원의원으로 실제 정책을 추진했던 일관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한 유튜브와 SNS로 연결된 젊은 세대들과 실시간 직접 소통을 하며 눈높이를 맞춘 것도 중요했다. 젊은 뉴욕시장 맘다니가 미국 민주당과 미국정치 전반에 앞으로 가져올 변화가 기대해볼 만한 이유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