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장동 항소 포기’를 보는 시각
대장동 사업비리 사건 관련 항소 포기로 검찰 안팎이 시끄럽다. 이 사태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노만석 대검 차장검사도 사의를 표하게 만들었다. 검찰총장이 넉달째 공석인 상황에서 주요 핵심 수뇌부가 모두 공석이 되는 혼란한 상황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신중한 검토’ 언급이 외압이냐 아니냐는 논란을 떠나 노만석 대행의 사의 표명은 검찰 내부의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초임검사를 비롯해 대검 부장(검사장)과 전국 지검장 등 검사장들까지 나서 항소 포기에 대한 항의와 사퇴 요구가 이어지는데다 ‘대행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검사들이 단체로 보직 사퇴하는 등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항소 포기’는 검찰청 폐지라는 ‘사망선고’를 받아놓은 검찰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 됐을 수도 있다. 기존의 검찰조직을 되살릴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저항’을 할 나름의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장동 사건 관련 법원의 1심 선고가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도 있다. 검찰이 2차에 걸친 수사를 통해 대장동 일당을 기소했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죄는 무죄를 선고했다. 대신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할 때는 구체적으로 금액을 산정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할 때 민간업자들이 앞으로 얻게 될 재산상 이익을 ‘최소 000억원’ 따위로 추정할 순 있지만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1심은 부패방지법(현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2023년 1월 대장동 일당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기소라는 지적이 많았다. 1심은 검찰이 제기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떠받치는 ‘비밀 이용행위’ 자체가 없었으며, 비밀을 이용했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기소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한 것이다.
만약 검찰이 항소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검찰 수뇌부 공백이라는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을 향한 비난이 거세질 것이다. 1심 판결만 놓고 보면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관심사가 됐을 수도 있다. 검찰개혁의 명분만 높여줄 수 있었다는 점도 되새겨볼 일이다.
이번 사태의 진행을 보면서 정부와 여당도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검찰청 폐지가 아닌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에 충실한 법 개정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