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이익 못 챙기는 국민의힘…‘중도·개혁·연대’ 해법 부각
국힘, ‘항소 포기’ 불구 지지율 정체 … 비주류 “황교안 두둔하면 안 돼” 중도개혁 인사 중용·개혁신당 연대 주장 … 주류 “정치공학 계산 안 해”
제1야당 국민의힘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여권에 악재로 꼽힐 만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계엄·탄핵세력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이기기 위해선 ‘중도·개혁·연대’ 이미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는다.
14일 국민의힘 지지율은 6.3 대선 이후 20%대에 갇힌 형국이다. 한국갤럽 조사(11~13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주일 전보다 2%p 하락한 24%를 기록했다. 민주당(42%)보다 18%p 낮다. 중도층에서 민주당(42%)과 국민의힘(19%) 격차는 더 커졌다.
조사가 이뤄진 기간에 정국은 ‘항소 포기’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여권에 악재로 해석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반사이익은커녕 오히려 하락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항소 포기’ 규탄대회에서 “우리가 황교안이고, 뭉쳐서 싸우자”고 발언하는 등 강성보수 색채를 고수하는 게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13일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를 신봉하고 한동훈을 체포하라고 했던 황교안을 우리 당이 두둔해서는 안 된다”며 “이재명과 민주당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우리 당 지지로 옮겨오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지지율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당의 강성보수 이미지를 ‘중도·개혁·연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전광훈당, 황교안당, 전한길당으로 제발 따로 차려 나가게 하고 국민의힘은 합리적 보수가 중도 여론을 이끌어가는 수도권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선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제시된다. 우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전면에 중도개혁 이미지를 가진 인사들을 배치하는 방법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전문가는 13일 “국민의힘이 ‘꼴통 보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중도확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세훈·박형준·유승민·한동훈·안철수 같은 중도개혁 이미지를 가진 인사들이 당의 전면에서 지방선거를 주도한다면 자연스럽게 (국민의힘의) 이미지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단체장인 오세훈·박형준 시장의 존재감을 키우고,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를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공천하자는 얘기다. 안철수 의원은 당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된다.
다음으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선거 연대가 거론된다. 국민의힘 출신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선거연대를 하는 모습이 중도확장에 보탬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2일 ‘지방선거총괄기획단 및 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서 개혁신당과의 연대 논의를 당 지도부에 주문했다고 한다. 개혁신당은 겉으로는 “연대는 없다”고 말하지만, 국민의힘의 강력한 변화를 전제로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민의힘 주류는 ‘중도·개혁·연대’ 이미지 탈바꿈 주장에 냉소적인 분위기다. 주류 당직자는 “지금은 당을 얼마나 더 역동적이고 힘 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 중이다.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뭘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