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독도재단 공동기획 | 글로벌 평화 리포터단 독도탐방
외국인유학생 평화리포터단 "평화로운 독도 수호 방식 놀라워"
국내 유학생 2박 3일간 독도 공부
내일신문·독도재단과 6년째 개최
지난 7일 오전 8시 평화 리포터로 선발된 외국인 유학생 25명이 포항 여객선 터미널에 모였다. 이날 새벽 3시 서울에서 출발해 포항까지 약 5시간 동안 버스로 이동한 팀과 대구, 부산 등에서 출발한 다수의 학생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눴다.
독도로 가려면 울릉도에서 배를 타야 한다. 육지에서 울릉도까지는 매주 강릉, 묵호, 포항에서 배가 출발한다. 이번 탐방에서는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가는 쾌속선을 선택했다. 쾌속선은 3시간 50분 만에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했다. 울릉도 특산물인 따개비밥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평화 리포터단은 태하 향목 관광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로 이어지는 숲길에는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향나무와 해국이 가득했다. 독도박물관에서는 여러 역사 사료, 실시간 독도 영상을 관람하며 독도의 지리·역사·문화적 배경을 보다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대만 출신의 허선정(서울대 소비자학과 석사 1학년) 학생은 기고문에서 “독도 박물관의 전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 프로그램은 한국 역사와 일상에 자연스럽게 독도를 스며들게 했다”며 “이러한 사회적 내재화는 실효지배를 넘어선 ‘정신적 주권’의 완성”이라고 표현했다.
둘째 날인 8일 평화 리포터단은 직접 체험한 탐방 기록을 더해 글쓰기를 이어갔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타국의 역사에 관한 기고문을 작성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오히려 낯섦과 호기심은 자국에서 벌어진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갈등에 독도를 대입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화장품에도 독도수호의지 확인 = 이날 오후 일정을 시작하려던 차에 궂은 날씨로 독도행 배가 끝내 결항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아쉽지만 2시간 뱃길을 달려 직접 대면했을 독도를 마음 한편에 남겨두고 울릉도 탐방에 나섰다.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울릉도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해안가의 신비로운 주상절리를 감상했고, 코끼리 바위·선녀 바위에 얽힌 설화에 귀를 기울였다.
베트남에서 온 우민옥(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학생은 “다양한 바위에 깃든 설화가 흥미로웠다”며 “베트남에서 만나기 어려운 생소한 문화였다”라고 말했다.
9일 열린 해단식에서는 2박 3일 간의 탐방 영상을 함께 보고 우수 기고문을 쓴 학생과 적극적으로 활동한 학생에 대한 ‘MVP’ 발표가 있었다. 25개 기고문 중 5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허선정 학생과 우민옥 학생이 선정됐다.
허선정 학생은 평화 리포터 선발 공지를 보자마자 주제를 정했을 정도로 독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았다. 그는 “대만에도 독도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오위다오 섬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동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을 방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와보고 싶었다”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허선정 학생은 기고문에서 “한국은 실효적 지배라는 유리한 고지에도 내부 결속과 정신 무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며 “대만이 주권을 지킬 강력하고 현실적인 무기는 무엇일까? 역사와 땅에 대한 국민의 의지는 외교 현실의 불리함을 넘어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우민옥 학생은 화장품을 통해 처음 독도를 알게 됐다고 했다. ‘1025 독도토너’로 유명한 라운드랩의 제품이었다. ‘1025’는 독도의 날인 10월 25일을 뜻한다. 울릉도 해양 심층수 등 깨끗한 한국산 원료로 만든 화장품에 가치를 부여하고자 ‘독도’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브랜드의 진심이 베트남까지 무사히 닿은 셈이다.
화장품에서 시작된 독도에 대한 호기심은 1991년 독도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거주했던 고 김성도씨를 거쳐 베트남 VTV4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황사 및 장사 군도’ 주민의 삶으로 이어졌다. 그는 기고문에서 “군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땅을 지키는 모습이 독도를 아끼고 지키는 한국인과 비슷해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우민옥 학생은 미디어학과 복수전공자로 마케팅에 관심이 많던 차에 독도를 알리는 한국의 홍보 방식에 주목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특히 독도를 방문하면 국적에 상관없이 명예 주민증을 부여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이렇게 평화로운 방식으로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독도를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모국 상황에 독도 대입한 기고문 눈길 = 브라질의 밀레나(건국대 교육공학과 석사 2학년) 학생은 활동 MVP로 선정됐다. 그는 울릉도 방문 기간 동안 긍정 에너지로 탐방단의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독도에 가는 게 꿈이었고 노래 ‘독도는 우리 땅’도 배웠는데 기상악화로 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며 “케이팝을 들으며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고 한국어 독학은 물론 한국의 역사와 문화 공부에도 열정을 쏟았다” 고 말했다.
밀레나는 평화 리포터에 지원한 이유로 한국과 브라질이 각각 일본과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은 언어를 지키고 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포르투갈은 그렇지 못해 식민 지배 이전의 기록이 대부분 소실됐고 고유 언어도 많이 사라졌다”며 “하지만 국민의 저항 의식은 비슷해 독도에 꼭 가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유학생 평화 리포터단이 울릉도를 떠나던 날, 독도행을 막았던 전날의 거센 바람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덕분에 3시간 30분 후 포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황혜민 리포터 hyemin@naeil.com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