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공문 ‘영어라 파악 못한다’는 서울시
“전문 분야, 국가유산청 정확한 해석 요청”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지구’ 지정 가결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요청하는 유네스코 권고를 전달한 국가유산청의 공문에 대해 ‘영어 원문이라 정확한 의미 파악을 할 수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종묘와 관련한 유네스코 자문기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의 검토의견서 원문과 권고사항을 조치하라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
이코모스는 검토의견서에서 서울시가 지난 4월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이 종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코모스 검토의견서가 영어 원문으로 작성돼 전문 분야인 문화재 사항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그러면서 “국문으로 번역된 이코모스 검토의견서 회신을 요청한다”며 “이코모스에서 검토의견서 작성 시 참조한 문서가 필요하니 참조문서 일체를 국문으로 함께 회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판단할만한 내용이 아니었다”라면서 “문화재는 전문 분야니 국가유산청에 정확한 해석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세계유산 분과는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종묘 세계유산지구 신규 지정 심의’ 안건을 심의해 가결했다. 현행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약칭 ‘세계유산법’)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장은 필요한 경우 세계유산지구를 지정해 관리할 수 있다.
세계유산지구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유산 구역’ 세계유산 등재 시 유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주변 구역인 ‘세계유산 완충구역’으로 구분된다. 위원회는 종묘를 중심으로 19만489.6㎡ 규모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중 관련 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다만, 세계유산영향평가와 관련한 하위 법령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현행 세계유산법은 ‘대상 사업의 구체적 범위, 세계유산영향평가의 평가 항목, 방식 및 절차 등 세부 기준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시행령 및 시행규칙은 확정되지 않았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으로 1995년 12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장세풍·송현경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