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뇌 건강까지 위협하는 만성콩팥병

2025-11-17 13:00:02 게재

만성콩팥병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콩팥기능이 감소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단계의 질환을 의미한다. 만성콩팥병은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때문에 예방과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약 5배, 고혈압이 있으면 약 3배 높아진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병이 진행하면 빈혈 고혈압 부종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심장 등 다른 주요 장기의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쳐 심부전이나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원인은 심혈관질환이므로 심장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콩팥 기능의 저하는 뇌졸중 수면장애 말초신경병증 경도인지장애 치매 등 신경계 질환의 위험도 높인다. ‘콩팥이 나빠지면 뇌도 늙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콩팥은 단순히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관이 아니라, 전신의 혈관과 신경 기능을 조율하는 중요한 장기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말기콩팥병 환자의 약 30~50%에서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난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혈액투석 중인 환자의 절반 이상, 많게는 70%까지 인지기능 저하를 보였다. 이는 콩팥 기능 저하가 뇌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말기콩팥병 환자 절반 이상, 인지장애 동반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에 요독 물질과 염증이 쌓여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흔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뇌혈관 손상을 일으킨다. 여기에 우울증이나 복용 중인 약물도 인지 저하에 영향을 준다.

특히 투석 중 반복되는 저혈압이나 불충분한 투석은 뇌 혈류를 감소시켜 인지 저하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많지만,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혈관 손상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의 비율이 훨씬 높다. 이는 만성콩팥병이 단순히 신장의 문제를 넘어, 전신 혈관의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질환임을 보여준다.

최근 레켐비(Leqembi)와 같은 치매치료제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러한 약물도 진행속도를 늦출 뿐 치매를 완전히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콩팥 기능이 많이 떨어진 환자는 약물의 안전성 문제로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인지기능장애는 대부분 비가역적이지만, 약물 부작용이나 우울증이 원인일 때는 원인을 해결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감기약이나 가려움증 완화제 등 흔히 쓰이는 항히스타민제, 일부 수면제·항우울제는 인지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원인 약제를 중단하면 인지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어 약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 자체도 인지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울감이 심하거나 의욕이 떨어질 때는 조기에 평가와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치매가 아니라 우울증에 의한 ‘가역적인 인지 저하’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기억력 문제로만 보지 말고, 정신건강까지 함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이 더해지면 뇌와 콩팥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글림파틱(glymphatic) 시스템’, 즉 뇌 속 노폐물 배출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수면 중 활성화되어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한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을 때 머리가 무겁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숙면이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 요소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여러 신경계 질환이 글림파틱 시스템의 기능 저하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이 시스템의 기능이 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즉, 콩팥 기능이 나쁜 환자는 뇌 속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배출하지 못하며, 특히 수면부족이 이러한 기능 저하를 더욱 악화시켜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숙면은 만성콩팥병 환자의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콩팥 건강과 뇌 건강은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콩팥 기능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신장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뇌의 노화를 늦추고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따라서 만성콩팥병 환자는 투석의 두려움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건강한 뇌를 지키기 위해서도 콩팥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박봉수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교수 신장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