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실종됐다…포근하더니 갑자기 겨울 날씨로 돌변

2025-11-17 13:00:01 게재

이상기후와 북극진동

‘가을이 실종됐다.’

최근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나오는 말이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례적인 가을장마 등으로 요즘처럼 ‘변덕스러운 날씨’라는 말이 어울리는 때도 없다.

17일 기상청은 “강한 북서풍 영향으로 북쪽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17일 낮 기온은 16일 (최고 16.4~22.0℃)보다 10℃가량 낮겠다”며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다”고 예보했다. 이어 “18일 아침 기온은 17일보다 5~10℃가량 큰 폭으로 떨어져 전국 대부분 지역 아침 기온이 영하권에 들어갈 전망”이라며 “17일은 중부내륙·산지와 남부 지방 높은 산지를 중심으로, 18~19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얼음이 어는 곳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례적인 가을장마 등 변덕스러운 날씨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11일 전남 장성군 내장산국립공원 백양사를 찾은 나들이객들이 단풍놀이를 즐기는 장면. 장성=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17일 낮 최고기온은 5~13℃로 예보됐다. 18일 아침 최저기온은 -8~5℃, 낮 최고기온은 4~12℃로 전망됐다. 기상청은 19일 아침 최저기온은 -6~4℃, 낮 최고기온은 5~13℃로 내다봤다.

갑자기 기온이 급하강하는 가운데 비나 눈 소식도 있다. 기상청은 “17일 늦은 밤(21~24시)부터 충남서해안과 전라서해안, 제주도에 가끔 비(제주도산지 비 또는 눈)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18일은 충남서해안과 전라권서부(전남서부 19일 아침까지), 제주도(19일까지)에 가끔 비 또는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또한 17일 오후까지 동해안, 18일 오후까지 서해안을 중심으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번 추위는 온난한 서풍이 부는 19일 오후부터 차자 풀리면서 평년 기온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예보했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진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 연합뉴스

이처럼 널뛰는 날씨 덕에 이번 추위가 물러가도 올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한반도 겨울 날씨는 북극진동(AO)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있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폴라 볼텍스·극소용돌이)가 수십일 또는 수십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북극진동지수는 북위 60도 이상의 고위도 해면기압과 중위도 해면기압의 차이를 계산한 값이다. 지수가 양의 값이면 극소용돌이가 강한 상태를, 음의 값이면 약한 상태를 나타낸다. 북극진동 지수가 음(-)으로 떨어지면 북극을 감싸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남하해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온다. 최근에는 북극 해빙 감소로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차가 줄어들면서 음의 북극진동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지구온난화가 역설적으로 겨울철 한파를 강화할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과도 맥을 같이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영향은 늦겨울과 봄이 될수록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나타나는 현상인데, 그중 하나는 북극 해빙이다.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어두운 바다가 노출돼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는 ‘극지방 증폭 효과’가 이 시기에 두드러진다. 또한 봄철 적설이 평년보다 일찍 녹으면 땅이 노출되면서 열 흡수가 증가하는 양의 피드백이 발생하고,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 자체도 겨울철에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효과들이 누적되면서 봄철 기온 급상승과 개화 시기 앞당김 등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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