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현안 잘아는 반장들 한자리에 모였다

2025-11-17 13:00:01 게재

종로구 17개 동에서 ‘반장과의 대화’

주요 현안·사업 설명하고 정책 공유

“국유지 자투리땅을 텃밭으로 만들었는데 경작을 안하고 내버려두니까 잡풀만 무성하고 여름에는 벌레도 꼬여요. 상설 쓰레기 투기장이 됐어요.” “국유지인지 시유지인지 민간 부지인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그 뒤 활용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시죠.” “성균관대에서 새 건물을 지으면서 주민들 위한 주차장을 만든다고 해요. 그렇지 않아도 도로가 좁은데 차가 더 몰릴까 걱정이에요.” “건물 공사 관련 서류가 아직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이 불편하다면 안하는 게 맞죠.”

서울 종로구 혜화동주민센터. 종로구 17개 동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동네에서 구와 주민들을 연결하는 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반장들은 자신의 집과 관련된 문제부터 골목길에서 마주친 다양한 상황을 토로한다. 정문헌 구청장이 마주 앉아 즉석에서 답변을 하며 “현장을 가장 잘 아시는 반장님이 함께 고민해달라”고 당부한다.

정문헌 구청장이 혜화동주민센터에서 진행된 반장과의 대화에서 주민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종로구 제공

17일 종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17일부터 ‘2025년 하반기 반장과의 대화’를 진행 중이다. 지역의 숨은 일꾼인 반장과 구청장이 직접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행정에 반영하는 한편 행정에 대한 주민 참여도를 높이고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지난 2023년 하반기에 시작해 벌써 5회차다.

정문헌 구청장은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주요 사업부터 공유한다. 주민들 관심이 큰 신청사 건립이 대표적이다. 당초 40개월 가량 공사를 예정했는데 공기적정성 검사를 하고 나니 54개월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 참이다. 정 구청장은 “인건비와 청사 임대료에 물가 상승분까지 1500억원이 더 필요하다”며 “예비타당성 검사와 중앙투자심사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발언권을 달라며 손을 든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공유자전거, 인근 주택 앞에 조립식 비계를 설치한 상태로 방치된 폐가, 넘어짐 사고 원인이 되는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옆집에서 가꾸는 나무 때문에 비가 내릴 때면 빗물받이가 막히고 노인들이 넘어지기 일쑤라는 호소도 나온다.

사전에 공유되지 않은 내용이라 동네 사정에 해박한 공무원들마저 주민들에게 세세한 정보를 요청하면서 답변이 이어진다. 정 구청장은 특히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일단 골목 상황부터 들여다 보겠다”며 “공무원들보다 더 잘 아시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간중간 주민 참여가 필요한 행사 관련 홍보도 잊지 않았다. “황톳길이 개판”이라는 주민 지적이 나오자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개판 광고 하나 하겠다”며 ‘반려견과 함께 걷기’를 안내하는 식이다.

한시간여가 지나니 손을 드는 주민들이 급격히 줄어든다. “충분히 말씀하셨으면 이제 마무리해도 되겠냐”는 구청장 질문에 여기저기서 호응이 이어지면 자리가 파한다. 조옥란 2통 7반장은 “반장이 되면서 동네 구석구석 불편한 점이 없는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며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 부분을 바로 해결하겠다는 답을 들으니 너무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달 17일 청운효자동에서 출발한 반장과의 대화는 오는 19일 숭인2동까지 이어진다. 구는 지난 상반기까지 총 671건 제안에 더해 200건 가량 주민 의견이 추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반장은 행정과 주민을 잇는 가장 가까운 연결고리”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더 깊이 듣고 종로의 기분 좋은 변화를 만드는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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