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승부처 서울시장…벌써부터 ‘과열’ 조짐

2025-11-17 13:00:02 게재

여야·정부·서울시, 종묘·한강버스 놓고 난타전

김 총리 “재검검” … 송언석 “일종의 선거 개입”

여, 판세 불안에 선공 … “국힘, 경선 흥행 필요”

서울시장 선거는 내년 6.3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늠하는 잣대로 꼽힌다. 서울시장을 이기는 쪽이 지방선거 승자라는 얘기다. 여야 모두 서울시장 선거에 총력을 쏟는 이유다. 선거가 반 년 넘게 남았는데 여야는 물론 중앙정부와 서울시까지 뒤엉켜 난타전을 벌이면서 “조기 과열을 초래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강버스 반복 사고, 운항 중단 촉구 기자회견 1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새서울준비특별위원회와 가칭 오세훈 시정실패 정상화 TF가 공동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시의원들이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한강버스 운항 전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16일 여야와 김민석 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한강버스 사고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오 시장의 역점사업으로 꼽히는 한강버스가 지난 15일 밤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놓고 난타전이 벌어진 것.

선공은 김 총리가 날렸다. 김 총리는 “서울시는 행정안전부와 협조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한강버스 선박, 선착장, 운항 노선의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사고에 대해 총리가 특별지시까지 내리자, 정치권에선 “서울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거당적으로 나서 오 시장을 공격했다. 민주당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사고 현장까지 나가 점검을 벌이면서 “서울시민의 생명을 건 한강버스 운항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한강버스가 운항을 시작할 때부터 “혈세 낭비”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도 ‘오세훈 비판’에 동참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혈세낭비 졸속 전시행정 한강버스는 서울시민의 두통거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날 SNS를 통해 “한강버스 멈춤사고로 승객 여러분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공개사과했다. 다만 오 시장은 “안전 문제를 정치 공세의 도구로 삼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권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 노골적으로 여권에 반격을 가했다. 송 원내대표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원인을 파악하고 점검, 개선하는 게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정상적인 길인데 (여권은) 계속 비판하고 문제제기만 한다”며 “특히 김 총리가 이것을 강하게 얘기하는 자체가 일종의 선거 개입과 유사한 행태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여야와 김 총리, 오 시장은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놓고도 입씨름을 벌였다. 김 총리가 지난 10일 “K 관광 부흥에 역행하며 국익과 국부를 해치는 근시안적 단견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오 시장은 16일 “총리께서는 무엇이 진정으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미래를 향하는 길인지, 감성적 구호가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관계기관들이 협의해 나갈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여야와 정부, 서울시가 현안마다 뒤엉켜 난타전을 벌이는 건 6개월 넘게 남은 서울시장 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특히 민주당과 김 총리가 손잡고 오 시장을 겨냥한 공세를 퍼붓는 건 서울시장 선거가 녹록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높은 편이지만 , 서울시 표심은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3.9 대선에서 서울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 47.1%,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9.9%였다. 보수성향인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율을 합치면 50%를 넘었다. 여권이 “선거를 조기 과열 시킨다”는 눈총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로 해석된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 인사는 16일 “여권이 서울시장 탈환이 어려워 보이니까 일찌감치 선거전에 불 붙여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며 “(국민의힘도) 방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선제적 조치를 통해 지지층을 확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오 시장이 독주하는 형국인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 한동훈 전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거물급이 뛰어들어 흥행을 일으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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