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노인을 위한 주택은 11

백혜선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2025-11-17 13:00:01 게재

“비용 부담없는 중산층 노인주택 최우선에”

청주 고령층 거주 연구보고서 … 지불가능 비용 월 100만원

‘지금 집에 살고 싶다’ 56.5% … 정부 서비스시설 연계 필요

충북 청주지역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과 노인이 함께 거주하는 세대복합 주거단지에서 식사 비용 포함해 월 100만원 정도 주거생활비가 예상된다는 조사 보고서가 제출됐다. 노인 단독세대의 경우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백혜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청주지역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지방 도심 활성화를 위한 생활지원 서비스 결합형 세대복합 은퇴자마을(CCRC) 모델 개발’이라는 연구를 마쳤다.

백 연구위원은 “증가하는 고령자 주택 수요에 비해 고령자를 위한 주택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특히 중위소득, 중장년계층이 고령자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이에 대한 정책실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주택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속도는 더 빨라져 2050년 노인 인구 40%에 도달하면 거의 대부분 주택이 노인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현재 노인주택은 공급량이나 서비스수준에서 걸음마단계에 있다. 고가의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이나 요양원의 양 극단의 주거형태에서 소외된 노인들이 도심 노후 주택에 그대로 방치되거나 자녀에 의탁돼 살고 있다.

백 연구위원이 고민해 온 노인주택의 과제와 해법을 들어봤다.

●위원께서 최근에 노인주택에 대해 연구한 과제를 마무리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청주지역 도심에 중앙정부 생활지원서비스 시설이 연계 운영되면서 고령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들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세대복합형 은퇴자마을 공급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청주 지역에 거주하는 55세 이상 고령자 대상으로 노후에 거주하고 싶은 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5%가 지금 살고 있는 집, 동네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거동이 불편해질 경우에도 ‘현재 살고 있는 집 또는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응답이 40.5%, 공공 및 민간이 공급한 고령자용 주택에 거주하고 싶다는 응답이 40.3%로 나타났다.

지불가능한 생활비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청년부터 고령자까지 함께 거주하는 세대복합 은퇴자 복합주거단지에 거주할 경우에 55세 이상 장년층은 평균 66만원, 54세 이하 청·중년층은 평균 69만원이다. 식사 비용을 포함하면 10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예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합리적 가격의 기본 생활지원 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는 중산층 노인주택 운영 개발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시니어 주택 단지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보다는 지역사회 복지시설 및 중앙정부의 복지서비스를 연계 운영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입주자가 부담없는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전문적인 생활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정부가 실버스테이 등 다양한 노인주택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 것인데 현재 노인주택 활성화 사업이 있다면

정부에서는 고령인구 주거안정을 위해 2016년 LH가 무주택 고령자 대상 공공실버주택을 공급하도록 했고 2019년 공공실버주택 명칭이 고령자복지주택으로 변경되면서 LH는 10월 기준 36개 지구, 4209호의 고령자복지주택을 준공했다. LH가 공급하는 고령자복지주택은 65세 이상 무주택 고령자를 대상으로 공급된다. 무장애 설계가 적용된 고령자용 주택과 복지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그러나 증가하는 고령자 주택 수요에 비해 고령자를 위한 주택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령자를 위한 주택공급은 고소득 고령자를 위한 민간의 노인복지주택과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공공 고령자 복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으로 양극화돼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인 중위소득·중장년계층은 고령자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다.

공공에서는 고령자 복지정책에 사각지대에 놓인 중위소득 중장년계층을 위한 합리적 가격으로 거주 가능한 다양한 시니어 주택을 개발, 돌봄시스템 구축을 위해 다각적 측면에서 규제 개선, 지원 제도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산층이 선택할 수 있는 노인주택을 공공에서 모두 책임질 수 있나. 주택업계에서는 민간의 역할을 키우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민간에서 사업성 문제로 시도하지 못하는 다양한 운영방식, 민관협력방식 고령자 주택을 공공에서 선도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한국 주거 문화에 적합한 고령자 주택 모델 발굴, 역량 있는 운영주체 육성 및 발굴의 토대를 마련해 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현재 시니어 주택에 대한 정보 파악이 제한적이이어서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수요자가 해당 지역의 시니어 주택에 대한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해주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최근 시니어 주택에 투자하는 리츠도 증가하고 있다. 리츠 등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실제 재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재정 투입의 다양성이 부족해 보인다.

정부에서는 경기 화성 동탄2 신도시에 헬스케어리츠 사업 추진, 실버스테이 공급 등 시니어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서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니어 주택은 일반 아파트단지보다 공급 후에 지속적인 유지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업이다. 과거 노인복지주택 도입 초기에 분양형 주택 공급을 허용했지만 사업자들의 유지관리 어려움으로 파산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2015년에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폐지된 바 있다. 시니어 주택 공급은 일반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고령자의 생활습관과 성향, 인지와 건강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춘 운영자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고령자 주택 운영의 전문성을 갖춘 운영자 육성을 위한 재정 투입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주택단지 거주자 중 노인 비율이 높아지면서 별도 노인주택단지를 공급하기보다 현재 거주하는 단지를 시니어 친화형으로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LH에서 공급하는 고령자복지주택은 모든 공간에 무장애 설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욕실은 안전손잡이를 설치하고 고령자의 휠체어 사용을 고려해 출입구 크기, 면적을 넓혀서 설계하고 주방에는 휠체어 사용을 고려한 특수 싱크대를 설치하고 있다.

특히 기존공급된 공공임대단지를 시니어를 위한 단지로 변경한다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건강한 고령자들은 일반 세대에 거주 가능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고령자들은 당초 주거약자용 세대로 설계된 세대에 거주해야하는 제한이 있을 것이다. 또 식당에서 직접 조리를 하는 공동식당을 운영하려면 조리 작업공간 및 설비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에 따라 필요한 공간 구성이 달라진다.

현실적으로 고령자들이 노후에 거주지 선택에서 가장 우선하는 조건은 주변에 병원, 대형 의료기관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변경 대상인 공공임대단지 규모나 입지여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문제라고 본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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