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거꾸로 가는 금리…여수신 금리 동반 상승

2025-11-17 13:00:02 게재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 2년 만에 6%대 진입

수신고 지키기 경쟁…예금금리 3%대로 인상

대출금리, 일부 신용구간서 역전 현상 나타나

은행권 금리가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작된 금리 인하 흐름에 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가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채와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역주행하면서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여수신 금리가 상당폭 상승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모두 올랐다. 대출금리에서 신용도가 높은 데 금리가 더 높은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 주요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은행채 5년물을 기준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930~6.060% 수준으로 집계됐다.

주요 4대 은행에서 금리 상단이 6%대를 보인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지난 8월 말(연 3.460~5.546%)과 비교해 하단은 0.470%p, 상단은 0.514%p 높다. 이는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지표금리에 해당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연 2.836%에서 3.399%로 0.563%p 상승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연 3.770~5.768%로 지난 8월 말에 비해 상단을 기준으로 0.263%p 올랐다. 변동금리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는 0.01%p 올랐지만 정부의 주담대 및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권이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인상 폭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예금금리도 인상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주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서 주식시장 등으로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수신고를 지키기 위한 경쟁에 나선 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0.2%p 올려 최고 금리를 기존 2.8%에서 3.0%로 인상했다.현재 주요 4대 시중은행에서 내놓은 예금금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도 이달 중 정기예금 특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은행의 대표 예금상품인 스타정기예금 금리(2.7%)를 3% 안팎으로 올려 고객 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신한은행도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를 연 2.65%에서 2.75%로 올렸고, NH농협은행도 대표 상품인 ‘NH올원e예금’ 금리를 연 2.65%에서 2.70%로 인상했다.

수신금리를 인상하는 데는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5년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전달 대비 22조9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사실상 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수시입출식예금에서 39조3000억원이나 빠져 나갔다.

이에 따라 2% 초중반의 정기예금 금리를 3% 안팎까지 올려 추가로 자금을 유치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한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정기예금은 13조6000억원 증가해 요구불예금 감소분을 그나마 보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최근 은행권에서는 신용도가 높은 대출자가 신용점수가 낮은 대출자보다 금리가 높은 이례적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대출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는 저신용자에게 높은 이자율을 매기는 것이 기본이다.

은행연합회 신용점수별 금리 통계에 따르면, 일부 은행의 지난달 신규 가계대출에 적용된 평균 금리에서 역전 현상이 확인된다. NH농협은행은 신용점수가 601~650점 대출자의 금리를 평균 연 6.19%로 하면서 점수가 낮은 600점 이하 대출자에 대해서는 5.98%를 적용했다.

신한은행도 601~650점 금리(7.72%)가 600점 이하(7.49%)를 웃돌았고, IBK기업은행도 601~650점(5.13%)이 600점 이하(4.73%)보다 금리가 높았다. 은행연합회 신용점수 통계공표 기준상 600점 이하는 신용도가 가장 낮은 구간이다. 601~650점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구간이다.

신용 구간에 따른 대출금리 적용에서 일부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은행들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자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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