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방해’ 전 공수처 검사 구속 기로
김선규·송창진, 17일 구속전 피의자 심문
관련자 소환 미루고 통신영장 청구 반대
윤석열 ‘옥중 조사’ 직권남용 기소 임박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전직 부장검사 2명이 나란히 구속 기로에 섰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김선규 전 부장검사와 송창진 전 부장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 검사 출신이 수사 대상에 올라 구속 심사를 받는 것은 2021년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의 구속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오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지난 12일 김 부장검사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송 부장검사에 대해선 직권남용 및 국회증언감정법위반(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상반기 공수처장 직무를 대행하면서 채상병 사건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킨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자들을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공수처 내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후에는 국회에서 특검법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거부권 행사 명분을 만들기 위해 되레 수사를 서두르려 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2023년 8월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에 착수했으나 1년 넘게 속도를 내지 않다가 지난해 11월에서야 수사를 재개했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공수처 차장직을 대행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와 대통령실 내선번호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방해하고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해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지난해 6월 윤 전 대통령 등의 통신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려하자 송 전 부장검사가 직을 걸면서 반대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지난해 3월 송 전 부장검사가 수사팀에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했다는 공수처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부장검사는 위증 혐의도 받는다. 그는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를 맡았으면서도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이 전 대표가 채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고 증언해 위증 혐의로 고발됐다.
특검팀은 영장 심사에서 사안의 중대성 등을 들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피의자들의 범행은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방해한 행위로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면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만든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가 두 부장검사의 신병을 확보하면 수사방해 수사는 오동운 공수처장 등 윗선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오 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은 송 전 부장검사 위증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1년 가까이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이와 관련 오 처장은 “국회가 고발한 사건을 암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은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한편 특검팀은 16일 윤 전 대통령이 수용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옥중 조사’를 진행했다.
3대 특검 가운데 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 방문조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조사는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 4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지난 11일 첫 조사에서 수사외압 의혹 관련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했던 특검팀은 이날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킨 혐의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1차 조사에 이어 이날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두 차례 조사를 마친 특검팀은 조만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순직해병 특검팀의 수사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