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희 변호사의 이혼소송 이야기 (2)

갈등하더라도 아이의 우주 중심은 지켜야

2025-11-17 13:00:02 게재

이혼소송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분쟁, 이른바 ‘고 갈등 분쟁’은 언제나 아이(법률용어로 사건본인)를 둘러싼 친권·양육권 문제이다. 이 문제는 감정과 사실, 양육 가치관이 뒤엉켜 대립의 양상이 극단으로 치닫기 쉽다. 실제로 한 사건에서 변론기일이 7, 8회를 넘는 경우도 흔하고, 1심만 2년 가까이 끌며, 아이 양육과 관련된 사진 및 일기, 심리 기록지, 성적표 등이 증거로 제출되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장기적인 에너지 소모를 안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친권·양육권 관련 분쟁이라고 하면 당연히 (1) 서로가 아이에 대한 친권, 양육권을 확보하려는 다툼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외로 (2) 아이의 친권, 양육권을 원하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빈번하게 등장한다.

먼저 (1) 친권, 양육권 확보를 둘러싼 전형적 유형에서는 형사사건이 함께 진행되는 일이 잦다. 서로를 아동학대, 가정폭력, 미성년자 약취유인으로 고소하고, 상대의 양육 능력을 끊임없이 공격하여 결국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과도한 충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아빠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엄마가 널 버리려고 이혼한 거야” 같은 말들을 아이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더욱이 의뢰인들은 변호사에게 종종 아이가 “어느 부모와 살고 싶다”라고 말했거나 상대방의 아동학대를 암시하는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이혼소송의 증거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다. 어린아이의 발언은 제3자가 정확하게 해석하기 어렵고, 법원은 이를 부모의 영향력 아래에서 나온 ‘과잉충성’의 결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당 녹음파일은 제출한 부모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2) 양육권을 원하지 않는 유형은 변호사도, 재판부도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장면이다. 재혼 계획, 경제적 부담, 돌봄 공백,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 등으로 부모가 양육 자체를 큰 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여성인 내가 딸을 데리고 재혼하면 성범죄 위험이 있다”,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흔하다. 이때에는 가사조사·환경조사·심리상담 등이 폭넓게 이루어지며, 재판부는 조정기일에서 누군가 양육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끊임없이 권면하게 된다. 부모 됨의 본질이 무엇인지,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되묻게 되는 순간들이다.

첫째를 출산했을 때의 일이다. 갓난아이의 작고 검은 눈동자 속에 내가 뚜렷하게 비쳐 있었다. 그 순간 ‘아이의 우주 중심이 바로 나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처음이었다. 아이의 세계에서 부모는 하나의 축이 아니라, 그 세계를 구성하는 중력과도 같다. 그렇기에 이혼 과정에서 아이의 중심이 흔들릴 때, 아이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혼란을 겪는다.

이혼은 부부의 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이지, 아이와의 부자관계·모자관계를 단절하는 절차가 아니다. 부모가 이 사실을 잊지 않을 때, 비로소 아이의 우주는 끝내 무너지지 않는다.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더라도 아이의 우주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점, 그 단 하나의 원칙이 양육권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노주희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