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AI로 재편…혁신 경쟁 본격화

2025-11-18 13:00:01 게재

쿠팡·롯데·현대 ‘인공지능 퍼스트’

개인별 맞춤 마케팅에 적극 활용

국내 유통업계가 인공지능(AI)을 축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재고 관리부터 물류 고객경험 마케팅까지 전 영역에 AI가 빠르게 적용되며 산업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흐름이다. 주요 기업들은 앞다투어 AI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로켓배송의 경쟁력을 AI 물류 시스템에서 찾는다. 주문 예측 알고리즘이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요일·시간대별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 FC(풀필먼트센터)에 상품을 사전 배치해 고객 주문 즉시 출고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배송 실패율이 낮아지고, 배송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최근에는 로봇 기반 자동화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박스포장 물품선별 자동분류 등 핵심 공정에 AI 로보틱스를 도입해 물류 효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AI 물류 시스템은 기존 전통 물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정교함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온이 개발한 뷰티AI 모바일 화면. 사진 롯데쇼핑 제공
롯데백화점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 최초로 글로벌 분석 기업 ‘스트래티지’의 생성형 BI 플랫폼 ‘스트래티지 원'(Strategy One)을 도입했다. 대화형 AI 기반 플랫폼으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도입 한 달 만에 고객 분석에 소요되는 업무 시간은 수십 분에서 수초 단위로 줄었다. 최대 70%까지 시간을 단축한 사례도 나타났다. 복잡한 고객 분석 업무 비중도 이전보다 10% 이상 늘어 업무 처리 효율 역시 크게 높아졌다. 분석 신뢰도 역시 개선됐다. 기존 내부 고객 데이터에 상권·날씨·통신사 유동인구 등 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초개인화 마케팅 기반을 더 단단하게 다졌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고객이 인공지능(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이용해 오프라인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AI 쇼핑 어시스턴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7월부터 전국 현대백화점 아울렛과 공식 홈페이지에 생성형 AI 기반 쇼핑 도우미 ‘헤이디’를 정식 도입했다. 고객의 방문 점포, 매장 위치, 식당, 이벤트 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최적 쇼핑 동선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현대퓨처넷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실시간 점포 정보를 바탕으로 AI가 고객에게 맞춤형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쇼핑 정보를 한 번에 정리해 주는 ‘개인 비서형 쇼핑 서비스’라는 점에서 이용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반응도 나온다.

롯데마트는 ‘AI 장보기’ 플랫폼을 본격화했다. 개인 식습관과 구매이력을 분석해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 제타(ZETA)를 도입했다. 주류 전문몰 보틀벙커 앱에도 AI 소믈리에 기능을 추가해 개인 취향 기반 와인 추천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이마트는 AI 기반 실시간 신선식품 할인 서비스 ‘AI 신선 마크다운’을 확대 운영 중이다. 재고 상황, 유통기한, 판매 속도를 분석해 최적의 할인율을 계산한다.

해당 서비스를 적용한 매장에서는 폐기율은 줄고 매출은 늘어나는 성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홈쇼핑 업계도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SK스토아·신세계라이브쇼핑은 콘텐츠 기획, 상품 추천, 상담 챗봇, V커머스 제작에 AI를 적용해 기존 인력 중심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AI 발주와 자동 재고관리가 확산하며 점포 운영 효율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유통업에서 단순 자동화 수단을 넘어 비즈니스 전반을 재설계하는 ‘핵심 아키텍처’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비용 절감을 넘어 고객별 개인화, 운영 속도, 의사결정 정확성을 강화하는 데 AI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향후 2~3년 내 AI 활용 수준에 따라 기업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은 데이터가 가장 많은 산업 중 하나”라며 “AI 활용 능력이 곧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이미 열렸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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