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지어 기부채납 한다더니…

2025-11-18 13:00:04 게재

대구서 공사지연 장기화

분쟁 막을 개선대책 시급

대구지역에서 아파트 건립시 기부채납하기로 한 공공시설 공사가 장기화되면서 시공사와 입주민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허가 관청의 무분별한 기부채납 남발을 막기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광역시 로고

18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시 수성구 옛 남부정류장 부지에 건립된 아파트의 기부채납 조건인 2호선 만촌역 지하통로 개설공사가 지연되면서 교통체증과 위험부담 등으로 시민불편이 장기화되고 관할 관리청, 입주민, 시공사, 시행사 등이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시는 2021년 450가구의 아파트 개발 인허가를 해주면서 시행사가 제안한 인근 지하철 2호선 만촌역 지하철 연결통로 및 출입구 설치공사를 기부채납조건으로 승인한 바 있다. 애초 기부채납 인정금액은 187억원이었다.

시행사는 2023년 11월 30일까지 공사를 끝내고 기부채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차례나 공기 변경승인을 받아 올해 말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11월 현재 공정률은 41% 정도에 머물러 있다. 아파트는 지난해 7월 입주한 상태다.

문제는 현재 상태로는 상당기간 공기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시행사가 부담할 공사비도 현재 추세로 추정하면 약 33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행사측은 지하도면이 없거나 도면과 지하상황 불일치 등의 문제도 있는데다 비개착 구간 구조물 설치 및 안전 보강, 암반출현에 따른 난공사 등을 공기지연 이유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아파트와 상가 입주민들은 “공사지연에 따른 입주민 불편과 재산손실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입주민들은 대구시와 수성구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상가분양자들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대구시에는 이와 유사한 공사현장이 3곳이나 더 있다. △민간시행사가 진행 중인 옛 고속버스터비널 이전부지방향 지하철 출입구 설치 △대구시가 시행한 죽전역 서편출입구 공사 △대구교통공사가 시행한 서부정류장역 출입구 개선공사 등도 수차례 공기연장을 통해 완공되거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 공사현장은 모두 교통체증 등으로 지상공간을 활용할 수 없어 작업효율을 낼 수 없거나 공종별 동시 작업이 불가능해 공기가 늦어졌다.

아파트개발 인·허가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공공시설 기부채납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 인·허가를 받기 위해 다소 무리가 있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이 제시되더라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관할관청이 공사실행 가능성과 적절성 등을 철저하게 검토해 승인여부를 결정하고 공기지연에 따른 분쟁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제안한 요구사항을 승인한 기부채납사업인데도 결과적으로 허가관청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앞으로 공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한 기부채납을 협의할 경우 심의 후 승인하거나 비용을 대구시가 받아 직접 수행하는 등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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