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왜 보수화됐나 …‘폭등한 집값’ 주목
서울 아파트가격 10년 새 3배 폭등
집주인들은 만족도 오르며 ‘보수화’
민주당 지지 무주택자들은 ‘탈서울’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무려 14년을 모아야 한다고 국토교통부가 16일 발표했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이다.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서울 표심도 변화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보수 우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역대 민주당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지 못한 결과가 불리한 선거구도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된 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49.4%를 얻어 당선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가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도 순위는 같았지만 득표율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이재명 47.1%, 김문수 41.5%, 이준석 9.9%였다. 보수성향인 김문수와 이준석의 득표를 합치면 50%를 넘기면서 이재명보다 높았다. 앞서 20대 대선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에서 50.5%를 얻으면서 과반을 넘겼다. 서울 표심이 “보수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 표심은 왜 변했을까. 집값 폭등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6년 10월 5억8814만원에서 10년만인 2025년 10월 14억6132만원으로 3배 가까이 폭등했다. 전국 아파트값(2016년 10월 3억1468만원→2025년 10월 5억4582만원)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서울 아파트를 보유한 집주인은 졸지에 14억원이라는 큰 자산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30~50대는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만 서울 집주인인 30~50대는 부동산으로 상당한 부를 이루거나 부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면서 서울 거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고, 정치적으로는 보수성향이 강해지는 흐름을 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6월 광역단체별 주민 생활만족도를 조사(RDD 자동응답, 5월 28일~30일, 6월 27일~30일,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5%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서울이 1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매달 실시되는 조사에서 수위권을 놓치지 않는다.
서울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인 30~50대 일부가 ‘탈서울’한 것도 서울 표심 변화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인구는 2016년 993만명에서 2025년 931만명으로 줄었다. 경기도는 서울시민의 전입에 힘입어 2016년 1271만명에서 2025년 1372만명으로 늘었다. 집을 주로 매매하는 연령대인 30~50대 일부가 서울 집값 폭등 탓에 인근 경기도와 인천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30~50대 일부의 ‘탈서울’로 인해 서울 표심은 상대적으로 보수가 많아졌고 경기도는 진보 우위 흐름을 탔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20·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서울과 달리 경기도에서는 50%를 넘기는 강한 지지세를 보였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자신하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서울이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도시라는 점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윤 대표는 “서울은 어느 정도 완성된 도시라 다른 지역만큼 필요한 인프라가 많지 않다. 다른 지역과 달리 ‘힘 있는 여당후보’ 구호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역대 시장을 봐도 야당 후보가 상당수 당선됐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