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방해' 전 공수처 검사 2명 영장 기각
해병특검, 신병확보 임성근 1명뿐
활동 열흘 남았는데 수사동력 약화
이번주 ‘수사외압’ 윤석열 기소 전망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선규·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부장검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의 활동 기간이 열흘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막바지 특검 수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김 전 부장검사와 송 전 부장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밤늦게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죄 혐의에 대해 사실적,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수집된 증거관계에 비추어 피의자가 현재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여지는 적다고 보이는 점, 일정한 직업과 가족관계, 수사경과 및 출석상황 등을 고려하면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전직 부장검사는 지난해 공수처 처장과 차장 직무를 대행하면서 채상병 사건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킨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공수처 내부 진술을 확보했다.
또 송 전 부장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통신영장 청구를 반대하고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부장검사는 2021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변호를 맡았으면서도 국회에 출석해 수사외압 의혹에 이 전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고 증언하는 등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검팀은 이날 영장 심사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공수처의 설립취지가 이들로 인해 무력화됐다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순직해병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사례는 9건으로 늘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 5명과 채상병 순직 사건에 책임이 있는 해병대 관계자 2명 등 총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 가운데 6명의 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했다.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경우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모두 기각됐다. 특검이 지금까지 신병 확보에 성공한 피의자는 채상병 순직 관련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유일하다.
공수처 전 부장검사 2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방해 의혹에 대한 특검의 수사 동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는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에 대해서도 다음 주중 처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이번 주중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오는 20일이나 21일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 전 사령관 등도 함께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과 관련해서도 일부 참고인·피의자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보강한 뒤 다음 주 일괄 처분할 계획이다. 최종 수사 결과 발표는 수사기간 만료(28일) 이틀 전인 26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